[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집 나갔던 축구팬이 돌아오는 분위기다. 대전하나시티즌이 지역 ‘No.1’ 프로스포츠로 도약할 기세다.

대전과 수원FC의 K리그1 12라운드 경기가 열린 10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는 8377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평일 저녁에 상대적으로 팬덤이 약한 수원FC가 상대였음에도 많은 관중이 들어와 홈팀 대전에 힘을 보탰다.

같은 시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스의 KBO리그 경기에는 5865명이 입장했다. 프로축구 경기보다 약 2500명 적은 수치였다.

지난달 30일 대전은 한화와의 같은 시간 경기에서 더 많은 관중을 유치한 바 있다.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일요일 낮경기였는데 대전월드컵경기장에는 1만3777명이 입장했고, 야구장에는 1만442명이 들어왔다. 같은 조건에서 열린 주말 경기서 프로축구가 약 3000명 우위를 점했다.

주말에도, 평일에도 국민 프로스포츠인 KBO리그의 한화 경기보다 많은 관중을 모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성적 부진에 허덕이던 축구팀을 외면했던 팬이 대거 귀환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평균관중이 2271명에 불과했던 지난해, 그리고 2부리그에 있던 7년간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홈 6경기를 치른 가운데 대전은 K리그1 관중 순위 3위에 올라 있다. 총 8만1557명이 입장해 경기당 평균 1만3593명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600% 정도 상승했다. FC서울(2만7532명), 울산 현대(1만5433명)의 뒤를 잇는다. 서울이 압도적인 선두에 올라 있고, 대전은 울산과 큰 차이 없는 수치로 어깨를 나란히 한 모습이다.

10일 경기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올시즌 한화의 홈 경기 평균 관중 수(7637명)와도 차이가 크다. 거의 두 배에 달한다. 총 15경기를 해 총관중 수에서는 한화가 11만4554명으로 앞서지면 평균치는 대전이 훨씬 많다.

축구특별시의 귀환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대전은 원래 축구팬이 많은 도시로 유명했다. 2003년에는 평균 1만9082명으로 평균관중 1위를 달성한 적도 있다. 홈에서 강했고, 김은중과 이관우 등 프랜차이즈 스타들을 앞세워 흥행에 성공했던 영광의 시절이었다.

그러나 대전은 이후 쇠락했다. 시민구단의 한계, 강등과 승격을 반복하는 역사 속 지역에서의 인기도 떨어져 갔다. 무관심을 뒤로 하고 대전은 이민성 감독 2년 차에 승격에 성공했고, 당당하게 1부리그에서 경쟁하며 집 나갔던 팬의 관심을 다시 끌고 있다.

승격 후의 행보를 보면 관중 동원의 원인을 알 수 있다. 대전은 12경기에서 6승3무3패를 기록하며 승점 21을 획득, 3위에 올라 있다. 승격팀은 보통 하위권에 자리하지만 대전은 초반 상승세를 이어가며 선두권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특히 홈 경기 성적이 좋다. 6경기서 4승1무1패로 승리한 경기가 훨씬 많다.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고 공격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는 특징 덕분에 내용도 흥미롭다. 웬만해서는 지루한 경기를 하지 않는다. 많은 관중이 입장하니 선수들은 힘을 내고 승리하는 선순환 효과도 이어지고 있다.

2021년 2부리그에 있던 대전 경기를 취재하러 가는 길에 만난 한 택시 기사는 “2부리그에 있는 팀 경기를 뭐 하려 보나. 기업구단으로 바꿔도 똑같다. 순위가 그게 뭐냐.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신문 종이가 아깝다”라며 기자에게 진담 반, 농담 반 섞인 이야기를 건넸다.

잔인할 정도로 혹평을 날리지만 막상 대전의 순위는 알고 있는 것을 보면 팀에 대한 애증이 있었다는 뜻이다. 어쩌면 바로 그 택시 기사가 현재 경기장을 찾아 뜨겁게 대전을 응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대전에 오래 몸 담은 한 관계자는 “바닥 민심에서부터 변화가 느껴진다. 일상 생활을 하다보면 축구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조차 축구단에 대해 이야기한다. 표를 구해달라는 사람도 꽤 많다. 확실히 집 나갔던 팬이 많이 돌아오는 분위기다. 2003년 생각이 많이 난다”라며 현 대전의 상황을 기분 좋게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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