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100% 전력을 갖춰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토종 선발진이 특히 그렇다. 경험을 쌓고 있는 젊은 투수들이 대다수인 만큼, 늘 백업플랜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뒤에 붙일 롱릴리프를 준비시켰고 한 번 더 롱릴리프를 충원했다. LG가 부상자들이 돌아오는 6월에 앞서 우투수 이상규(27)를 등록선수로 전환시켰다.

LG 염경엽 감독과 코칭스태프 테스트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육성선수 신분인 이상규는 지난 16일부터 잠실구장에서 1군과 동행했다. 1군 투수들과 함께 훈련했고 염 감독과 1군 코치들 앞에서 불펜피칭도 했다. 그리고 지난 19일 염 감독은 이상규가 조만간 1군 엔트리에 등록될 것을 예고했다. 구단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등록선수 전환을 요청한 상태다.

무명 투수는 아니다. 3년 전에는 1군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2020시즌 초반 고우석의 부상 이탈을 메우는 임시 마무리 구실을 했다. 체구가 크지는 않지만 150㎞를 상회하는 강속구를 던졌다. 스스로 여러가지 훈련법을 시도하고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기량을 향상시켰다.

하지만 활약을 길게 이어가지는 못했다. 2021년 개막 엔트리에는 포함됐으나 7경기 출장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한 번도 1군 무대에 오르지 못한 채 퓨처스리그만 소화했다. 올시즌 세 자릿수 등번호를 단 육성선수로 시작했는데 다시 도약하고 있다. 퓨처스리그에서 필승조를 맡았고 4월 30일부터 7연속경기 무실점을 달성했다.

1군 엔트리에 합류하면 롱릴리프를 맡을 계획이다. 염 감독은 이상규에 대해 “롱릴리프로 생각하고 있다. 구속도 145㎞ 이상이 나오고 변화구 제구도 된다. 투구 메커닉도 좋다”며 “일단 다음주에 2군에서 2이닝 정도 소화시킬 것이다. 롱릴리프를 해 본 다음 1군에 부를 생각이다. 상규가 1군에 올라올 투수 대기번호 1번이라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LG 마운드에서 롱릴리프는 사실상 선발 1+1이다. 캠프부터 토종 선발 김윤식, 이민호, 강효종이 고전할 경우를 대비해 롱릴리프를 준비시켰다. 이들이 조기강판되면 롱릴리프가 등판해 2이닝 이상을 던지는 계획을 세웠다. 올시즌 개막에 앞서 임찬규, 박명근, 유영찬, 백승현이 롱릴리프로 개막 엔트리에 승선했다.

그러나 부상 및 다른 투수들의 고전으로 마운드 구성이 요동쳤다. 현재 임찬규는 선발진에 들어갔고 박명근과 유영찬은 필승조다. 백승현은 부상으로 2군으로 내려갔다. 어쩔 수 없이 롱릴리프 자원을 다시 찾았는데 이상규가 적임자로 낙점됐다.

가장 이상적인 케이스는 토종 선발의 호투지만 최악의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 실제로 이번주중 3연전 기간 LG는 임찬규를 제외한 토종선발이 3이닝 밖에 던지지 못했다. 지난 16일 김윤식이 3이닝 5실점, 지난 18일 이지강이 3이닝 2실점했다. 토종선발 등판 경기마다 불펜 소모를 각오해야 한다.

그래서 롱릴리프가 중요하다. 김윤식이 지난해 후반기 모습을 되찾고 이민호가 올시즌 첫 경기 모습을 꾸준히 이어가면 더할나위 없지만 반대의 경우도 머릿속에 넣는다. 2020시즌 초반 9회를 맡았던 이상규가 선발투수 뒤를 든든히 책임진다면 토종 선발 등판 경기도 계산이 선다.

백승현도 이천에서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부상자들이 돌아오는 6월 이상규와 백승현이 시즌 중반 롱릴리프로서 LG 마운드에 에너지를 불어넣을 전망이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