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합천=박준범기자] 감격의 창단 첫 골이었다. 제주도 내에 있는 ‘유일’의 여자 중등축구부 제주서중의 이야기다.

제주서중은 지난 2월17일자로 창단했다. 지난해 12월 조천중 여자축구부가 해체된 후 도내 여자축구 초등부 유망주의 진로 개척과 도내 여자축구 전략 종목 육성을 위해 창단됐다. 현재 제주도 내의 유일한 중등 여자축구부다. 조천중을 이끌던 홍철우 감독이 제주서중의 사령탑에 올랐다. 홍 감독은 “어렵게 창단된 만큼 이를 토대로 연계 육성이 잘 되도록 노력하겠다. 다행히 분위기도 호응도 좋다”고 말했다.

창단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창단 후 첫 경기였던 제52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예선에서는 대전 한밭여중을 상대로 0-11로 패했다. ‘2023 웰니스 힐링명품도시 합천에서 펼쳐지는’ 제31회 여왕기 전국여자축구대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제주서중은 첫 경기에서 진주여중에 0-6으로 패했고, 두 번째 경기에서도 강원FCU15위민에 무려 14골을 내주며 완패했다.

그럼에도 마지막 경기에서 울산현대청운중을 만나서는 한 골을 넣고 1-8로 패했다. 홍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들의 표정이 마냥 어둡지 않았다. 창단 첫 골을 넣었기 때문이다. 득점에 성공한 오하윤 역시 얼떨떨한 표저을 지었다.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몇몇 선수들은 감격스러운 득점에 서로를 껴안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경기 후에는 울산현대중 감독을 비롯해 여러 관계자들이 제주서중의 득점을 축하하는 장면도 나왔다.

홍 감독은 “우스갯소리일 수 있지만 한 해 목표가 한 골이었는데 빨리 이뤄져 기분이 좋다”고 미소 지었다. 역사적인 첫 골의 주인공인 공격수 오하윤은 “기쁘고 좋다. 취미로 축구를 하다가 팀이 창단하면서 들어오게 됐다.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같이 훈련하고 경기 뛰는 것도 재밌다”고 활짝 웃었다.

K리그1에 속해 있는 제주 유나이티드는 지난 4월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제주서중 축구부에 물품을 전달했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2026년 전국체전이 제주도에서 열리는 만큼, 도내 여자 고등학교 축구부 창단도 준비 중이다. 홍 감독은 “선수단 대부분이 인문계 학생으로 구성돼 있다. 내년부터는 초등부에서 선수 수급이 될 예정이다. 그러면 어느 정도의 틀이 만들어질 것으로 본다”라며 “올해는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부상 없이 예의 바르고 재밌게 축구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대회에 많이 출전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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