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사직=김동영기자] 이런 날이 있나 싶을지도 모르겠다. 삼성 2루수이자,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2루수 김지찬(22)이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결국 김지찬 스스로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못할 일도 아니다. 계속 발전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김지찬은 2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롯데와 클래식 시리즈 2차전에서 2타수 무안타 1득점을 기록한 후 4회말 도중 교체됐다.
공격도 공격이지만, 수비에서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실책 3개를 범한 경기다. 1회말 선두 고승민의 2루 땅볼이 나왔다. 평범한 타구. 김지찬이 잡은 후 한 스텝 더 밟으며 던졌다. 공이 손에 잡히지 않는 듯했다. 고승민의 발이 빨랐다. 결과는 세이프. 김지찬의 포구 실책으로 기록됐다.
4회말에는 연속 실책이 나왔다. 1사 후 유강남이 2루 땅볼을 쳤는데, 김지찬이 제대로 잡지 못했다. 서 있던 위치보다 우측으로 치우치기는 했다. 사이드 스텝을 밟으며 포구하려 했는데 바운드 체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어 박승욱이 다시 2루 땅볼을 쳤다. 정면이었고, 너끈히 병살이 가능했다. 그러나 김지찬이 포구 후 2루 커버를 들어온 이재현에게 던진 공이 빗나갔다. 김지찬은 망연자실했다.
1사 2,3루가 됐고, 제대로 스노우볼이 굴렀다. 알버트 수아레즈가 잇달아 안타를 맞으면서 대거 4점을 주고 말았다. 5-1이던 스코어가 5-5가 됐다. 수아레즈의 5실점이었지만, 자책점은 0점이었다.
김지찬은 이닝 도중 벤치로 물러났다. 3루수였던 강한울이 2루에 들어갔고, 김호재가 3루에 섰다. 그렇게 김지찬 최악의 하루가 끝나고 말았다.
벤치에서도 계속 고개를 숙였고, 아쉬움을 표했다. 더그아웃 출입구에 양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김지찬의 모습이 잡히기도 했다. 자책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고, 보는 이들은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사실 실책 3개가 두드러질 뿐, 김지찬은 이날 좋은 수비도 보였다. 2회말 이학주의 빗맞은 느린 땅볼 타구를 잡은 후 1루 글러브 토스로 아웃시켰다.
이학주에 앞서 김민석의 내야 안타 때도 중전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잡은 후 1루로 던졌다. 송구가 빗나가기는 했지만, 제대로 갔어도 세이프에 가까웠다.
매 시즌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 선수다. 1년차인 2020년 135경기에 나서며 주전급으로 활약했다. 2021년에도 120경기에 출전했고, 2022시즌에는 풀타임 주전이 됐다.
사실 이 기간에도 수비는 지적이 계속 나왔다. 특히 송구가 그랬다. 손주인 코치가 1대1로 붙어 김지찬을 지도했다. “계속 훈련하는 것 외에 없다. 하다 보면 포인트가 ‘탁’ 잡힐 때가 온다. 김지찬은 지금도 계속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실책이 적지 않은 것은 맞다. 그러나 빠른 발을 이용한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한다. 공격력도 매년 좋아지고 있다.
나아가 수비 또한 올시즌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진만 감독은 “김지찬이 수비가 많이 좋아졌다. 나도 해봤지만, 시즌을 치르다 보면 한 번씩 안 좋을 때가 있다. 그만큼 열심히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한 번 삐끗했다고 봐야 한다.
올해는 김지찬에게 중요한 해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발탁됐다. 김지찬 스스로 “대주자가 됐든, 대수비가 됐든, 무조건 잘하겠다. 성적을 내야 한다. 그라운드에서 100% 쏟아내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결국 답은 훈련이다. 아직 22살에 불과한 선수다. 뻗어나갈 길은 무궁무진하다. 과거 정근우가 그랬고, 최정이 그랬다. 처음에는 수비력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선수들이 아니다.
그러나 많은 훈련으로 극복했다. 각각 국가대표 2루수, 3루수가 됐다. 김지찬도 하면 된다. 못할 이유가 없다. 능력이 없는 선수가 아니다. 삼성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부분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