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울산=김용일기자] “울산과 같이 늙어가고 싶다.”
2023시즌에도 ‘명불허전’의 선방쇼를 펼치는 국가대표 골키퍼 조현우(32)의 진심 어린 마음은 동료와 팬의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조현우는 지난 12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22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전 직후 최근 울산과 4년 연장 계약을 맺은 것에 이렇게 말하며 은퇴할 때까지 ‘울산맨’을 선언했다.
이날 울산은 막판 수비 집중력이 떨어지며 인천에 1-2로 패했다. 올 시즌 안방에서 처음 당한 패배. 17승2무3패(승점 53)를 기록한 울산은 2위 포항 스틸러스(승점 38)와 승점 차가 여전히 15점이나 된다. 독보적인 선두다. 그럼에도 홍명보 감독은 후반 추가 시간 종료 직전 수비 지역에서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실점한 것에 아쉬워했다.
‘아픈 마음’을 달랜 건 조현우의 진심이었다. 울산은 인천전 하루 전날인 11일 조현우와 4년 연장 계약을 발표했다. 1991년생인 조현우는 2020년 울산에 입단해 지난해까지 세 시즌 연속 K리그1 베스트11에 뽑혔다. 특히 지난해 울산이 17년 만에 K리그 우승을 차지할 때 12경기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또 36경기에서 단 33실점만 허용, 0점대 방어율을 뽐냈다. 올 시즌에도 팀이 ‘디펜딩 챔프’로 상대 견제가 심해졌지만 ‘최후의 방패’로 제몫을 해내고 있다. 지난 포항 스틸러스와 21라운드 ‘동해안 더비’에서도 상대 6개의 결정적인 유효 슛을 모두 저지하며 1-0 무실점 신승을 이끈 적이 있다.
올 시즌 K리그1은 개막 전부터 ‘골키퍼 변수’가 관심사였다. 송범근(쇼난 벨마레) 양한빈(세레소 오사카) 등 또다른 리그 정상급 골키퍼가 연쇄적으로 해외 무대로 떠났기 때문이다. 조현우도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클럽 등 타 리그 영입 표적이 됐다. 내심 해외 진출에 대한 갈망도 있었으나 울산에 남아 팀이 K리그1 역대 최고의 팀으로 거듭나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4년 연장 계약은 사실상 ‘종신 계약’이나 다름이 없다.
조현우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 중동에서 오퍼가 있었지만 울산에서 우승하겠다는 팬과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실제 우승해보니) 해외 진출에 대한 미련보다 이 팀에서 우승하는 것에 더 큰 것을 느꼈다. 그만큼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내와도 얘기했지만 나와 가족 모두 울산에 진심이다. 은퇴할 때까지 울산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최선을 다하고 싶다”며 “내 생각에 울산의 별이 너무 적은 것 같다. 앞으로 유니폼에 최대한 많은 별을 달게하는 게 내가 해야할 일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스스로 신인의 마음을 강조했다. 그는 “K리그 300경기 이상(333경기 출전) 뛰었는데, (과거엔 이정도면) 편안할 줄 알았다. 그런데 여전히 신인 때처럼 긴장도 하고 어떻게 막아야할지 준비하는 마음 모두 변함이 없다”며 “꾸준한 내 노력이 울산에도 믿음을 준 것 같다. 앞으로도 그런 마음을 지니겠다. 팬에게 겸손하고 팀에 도움이 되려고 노력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웃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