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박)용우 자리에 서는 건 솔직히 부담이 크다. 많이 뛰고 성실한 자세로 메우겠다.”

울산 현대의 연패 탈출에 이바지한 김민혁(32)은 다부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지난 21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24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 홈경기에서 전반 29분 이동경의 왼발 프리킥 때 상대 수비 사이를 파고들며 왼발 논스톱 선제골을 기록, 팀이 2-1 승리하는 데 이바지했다.

울산은 최근 2연패에서 탈출, 승점 56(18승2무4패)을 기록하며 2위 포항 스틸러스(승점 44)와 승점 격차를 12로 유지하면서 선두를 유지했다.

이날 올여름 독일 생활을 청산하고 울산에 복귀한 이동경이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빛났다. 다만 홍명보 감독에게 김민혁의 활약은 또다른 빛이 됐다. 이규성과 3선을 지킨 그는 득점 뿐 아니라 패스 성공률 90.2%(51회 중 46회 성공)를 기록하면서 허리를 든든하게 지켰다. 축구 데이터업체 ‘비프로일레븐’에 따르면 김민혁은 공격 지역 패스가 100%(6회 시도 모두 성공)였다.

홍 감독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알 아인으로 이적한 박용우가 버틴 3선 공백을 두고 외부에서 영입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 대신 김민혁을 대체자로 점찍었다. 그는 본래 공격형 미드필더가 주포지션이지만, 울산에서는 3선 또는 측면 미드필더 등 여러 포지션을 맡아왔다.

전방압박과 탈압박 모두 능한 김민혁은 2015년 FC서울에서 프로로 데뷔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1년 만에 광주FC로 이적했는데, 두 시즌간 주전으로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가능성을 보였다. 지난해까지는 성남FC에서 수준급 활약을 펼쳤는데, 팀이 2부로 강등했다. 홍 감독은 김민혁의 활용 가능성을 높게 보고 올 시즌을 앞두고 영입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아니지만 김민혁은 ‘언성히어로’처럼 조용히 팀의 엔진 구실을 한다. 홍 감독은 김민혁의 공격 재능은 물론 수비 지능도 높게 평가한다. 공격적인 포지션이 익숙하나, 울산이 지향하는 후방 빌드업의 핵심 포지션인 수비형 미드필더로도 충분히 제 가치를 발휘해주리라고 여겼다. 특히 박용우와 장기간 3선에서 짝을 이루며 공격적인 역할을 맡은 이규성과 상성도 고려했다.

그는 왜 홍 감독이 자기를 3선 대체자로 선택했는지 제주전에서 증명했다. 다음 날 본지와 통화한 김민혁은 “그동안 2선에서 주로 뛰었지만 성남 시절 3선에서 뛴 경험도 있다. 울산에 온 뒤 워낙 좋은 선수가 많아서 걱정했는데 감독, 코치, 동료 모두 내가 잘하는 것을 하도록 배려해준다”고 만족해했다.

‘박용우의 대체자’로 낙점받은 것엔 “용우가 워낙 큰 존재였기에 부담이 따랐다. 용우가 후방에서 빌드업하는 능력은 내가 (따라하기엔) 부족하다. 대신 활동량이나 커버 플레이 등은 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최후방 수비수가 부담을 느끼지 않게 많이 뛰겠다”고 다짐했다. 스스로 수비에 대한 재미도 느낀단다. 그는 “공을 빼앗아 연결하고 전방 공격수가 골을 넣어줬을 때 희열이 있더라”고 웃었다.

스스로 국내 최고 수준의 미드필더가 모인 울산에서 성장하고 있다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이)청용이 형부터 나보다 어린 규성이 등 모두 배울 게 많다. 울산에서 축구와 생각 모두 더 발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전 득점은 그가 울산에서 터뜨린 첫 골이다. 올 시즌 19경기에서 1골 3도움을 기록 중이다. 김민혁은 “동경이가 워낙 잘 올려줬다. (제주전) 두 골 모두 우리가 훈련한 세트피스에서 나와서 더 기쁘더라”며 “올해 개인 목표는 무조건 팀 우승이다. 서울 시절 FA컵에서 우승한 적이 있지만 많이 뛰지 못했다. 울산에서는 많이 뛰면서 우승을 경험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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