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메이저리그(MLB)에서 특급 활약을 펼치는 선배 모습이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 KBO리그 최고 2루수 김혜성(24)이 유격수 출전을 요청했다. 지난달 30일 고척 삼성전부터 유격수로 출장한 것을 시작으로 당분간 유격수로 경기에 나설 계획이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1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선수 본인이 강력하게 유격수로 뛰고 싶다고 요청했다. 물론 증명해야 한다.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유격수 자리에 있을 것이다. 일단 본인이 강력히 요청했으니까 스타팅 유격수로 계속 내보내겠다”고 밝혔다.
낯선 자리는 아니다. 오히려 2루수 만큼이나 익숙하다. 2루수 만큼 안정적이지는 못했지만 골든글러브 도 수상한 바 있다. 김혜성은 김하성이 MLB에 진출한 첫해인 2021년 유격수를 맡았다. 당해 유격수로 113경기 904.2이닝을 소화했다. 실책이 29개에 달했으나 당해 유격수 중 가장 뛰어난 공격 지표를 보이며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이듬해인 2022년 김혜성은 2루수로 자리를 옮겼고 논란의 여지가 없는 리그 최고 2루수로 자리매김했다. 넓은 수비 범위와 간결하면서 정확한 자신만의 송구로 2년 연속 2루수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KBO리그 역사상 최초로 유격수와 2루수 골든글러브를 연달아 수상한 화려한 전적을 남겼다.
그리고 다시 유격수로 출장한다. 홍 감독은 “궁극적인 목표는 선수 본인의 가치를 높이려는 것 아니겠나. 예전에 김하성도 유격수 자리에 대한 애착이 강했지만 3루수와 2루수도 봤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했고 시간이 지나고 보면 본인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 됐다”고 돌아봤다.
홍 감독의 말대로 김하성은 빅리그에서 내야 전포지션을 소화하며 꾸준히 출전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이제는 소속팀 샌디에이고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선수로 올라섰다. 수비가 뛰어나서 자주 타석에 설 수 있었고 MLB 투수들의 공에 적응한 결과 공격에서도 상위권 내야수가 됐다.
김혜성이 김하성이 걸어온 길을 모를 리 없다. 김혜성 또한 MLB 구단의 관심을 받는 상황. 2024시즌이 끝나면 포스팅 자격도 얻는다.
물론 선수가 팀보다 앞설 수는 없다. 홍 감독은 “본인이 유격수로서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한다. 만일 유격수를 하면서 공격이든 수비든 안 좋은 여파가 보이면 본인도 수긍을 해야할 것이다. 좋은 퍼포먼스가 나와야 유격수로 계속 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키움은 이용규(지명타자)~김혜성(유격수)~도슨(좌익수)~이원석(1루수)~송성문(3루수)~이주형(중견수)~주성원(우익수)~이지영(포수)~김태진(2루수)으로 라인업을 짰다. 선발 투수는 맥키니다.
홍 감독은 이주형의 중견수 출장을 두고 “지난 주말 좌익수와 중견수로 한 경기씩 나왔다. 2경기밖에 못 봤지만 수비하는 모습도 좋다. 그동안 들은 평가들이 틀린 것 같지 않다. 좌익수와 중견수 두 자리에서 모두 타구 판단이 괜찮았다. 그래도 중견수를 소화하는 게 선수 미래와 팀 미래를 위해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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