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2011년, 2017년에도 그랬다. 트레이드 마감 시점을 눈앞에 두고 현재 대신 미래를 선택하는 빅 딜을 맺었다. 거래 당시에는 외부에서 물음표를 던졌고 비난도 받았다. 하지만 비난했던 이들의 생각이 잘못됐음을 증명하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MLB)식 트레이드로 미래를 열고 있는 키움 얘기다.
결과가 그렇다. 키움은 2011년 7월 31일 LG와 트레이드를 통해 MVP를 얻었다. 거포 유망주였지만 통산 타율 1할대에 불과했던 박병호를 받고 예비 FA 필승조 송신영을 내줬다. 트레이드 시점에서 31승 49패로 최하위에 자리한 만큼 미래를 응시했다. MLB에서는 지극히 일반적인 즉시전력감과 유망주를 교환하는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트레이드 스코어는 콜드게임 승리. 박병호는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잠재력이 대폭발했다. 트레이드 당해 후반기에만 12홈런을 쏘아 올렸다. 2012년 31홈런, 2013년 37홈런, 2014년 52홈런, 2015년 53홈런으로 이 기간 두 차례 MVP를 수상했다. 박병호의 도약과 함께 팀도 올라섰다. 2013년부터 가을야구 단골이 됐다.
2017년 7월 31일도 비슷했다. 5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 위기에 처한 키움은 다시 미래에 무게를 뒀다. 선두를 질주했던 KIA와 필승조 투수를 두고 거래에 나섰다. 전년도 구원왕 김세현을 KIA에 내주고 KIA로부터 좌투수 유망주 이승호를 받았다.
당시 1년차였던 이승호는 수술 후 재활로 인해 1군 등판 경험에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키움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이승호를 유심히 바라봤다. 신인 드래프트 지명 계획도 있었다. 드래프트에서는 인연을 맺지 못했으나 트레이드를 통해 이승호에게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혔다.
2017년은 쉬어가는 해가 됐지만 바로 도약했다. 2018년 곧바로 가을야구 무대에 복귀했다. 이승호가 선발진 한 축을 맡은 2019년에는 한국시리즈 무대에 올랐다. 박병호 트레이드 영입 후 2년 반 후인 2014년, 그리고 이승호 트레이드 영입 후 2년 후인 2019년 정상 대결을 펼친 키움이다.
그래서 키움의 이번 행보도 주목할 수밖에 없다. 트레이드 마감을 이틀 앞둔 지난달 29일 토종 에이스 최원태를 LG에 내주고 야수 유망주 이주형, 투수 유망주 김동규, 그리고 2024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받았다. 이정후의 부상에 따른 이탈로 시즌 전망이 어두워진 상황에서 냉정한 현실을 인지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미래를 응시했다.
어차피 마주해야 할 상황이었다. 의도치 않게 2024년 MLB 진출이 확실한 이정후가 없는 팀을 반년 먼저 경험하게 됐다. 2024시즌 후 FA가 되는 최원태를 내주면서 선발진 무게가 크게 줄었으나 몇 년 후 이주형이 이정후 자리에서 활약할 수 있다. 김동규 또한 선발진의 한 축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더불어 LG에서 받은 1라운드 지명권으로 키움은 3라운드까지 무려 6개의 지명권을 확보했다. 어느 때보다 투수 자원이 좋은 2024 신인 드래프트에서 상위권 투수와 야수를 두루 지명할 수 있다. 오는 9월 14일 2024 신인 드래프트에서 키움은 어느 팀보다 분주하게 많은 선수를 데려올 것이다.
현재를 내주고 미래를 얻는 빅 딜로 이미 두 차례 반등한 키움이다. 이제 세 번째 반등에 시동을 걸었다. 트레이드 당일부터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이주형은 지난 2일까지 4경기에서 타율 0.333(15타수 5안타) OPS 0.908로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홍원기 감독은 이주형에 대해 “타격뿐이 아닌 스피드도 좋다. 3루타를 치는 모습을 봤을 때는 (김)혜성이 못지않은 스피드를 가진 것 같다”며 공수주 만능 5툴 플레이어를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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