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더 이상 고난을 강요하지 않는다. 빵 한 조각으로 끼니를 때우고 한 집에서 선수 3, 4명이 함께 사는 생활은 이미 사라졌다. 2022년 3월 메이저리그(MLB) 노사 협정을 통해 마이너리그 선수들의 대우가 크게 개선됐다. 미국 무대를 바라보는 한국 고교 선수들에게 의례적으로 했던 “가서 고생하지 말고, 여기서 잘해서 대우받고 가라”는 말도 통용되기 힘들어졌다.
2년 연속 특급 고교 선수가 태평양을 건넜다. 1년 전에는 덕수고 심준석이, 그리고 올해에는 마산용마고 장현석이 KBO리그 드래프트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고 곧바로 빅리그를 바라본다. 심준석이 지난 1월 피츠버그에 입단한 것처럼 장현석도 내년 1월 MLB 팀과 입단 계약을 맺을 확률이 높다.
예전에는 계약금 외에 모든 부분에서 마이너리그보다 KBO리그 2군 환경이 좋았다. MLB의 경우 막 들어온 10대 후반 선수들은 루키 리그에서 어느 정도 신경을 쓴다. 하지만 20대가 되고 싱글A, 더블A 등으로 승진을 이루면 홀로서기를 시작해야 한다.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데 싱글A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1만1000 달러(한화 약 1430만원)에 불과했다. 더블A가 평균 1만3800 달러, 트리플A가 평균 1만7500 달러로 KBO리그 최소 연봉인 3000만원보다 턱없이 낮았다.
아파트 하나에 선수 3, 4명이 월세를 나눠서 부담했다. 그러면서도 식비를 최대한 아낄 수밖에 없었다. 이른바 ‘눈물 젖은 빵 한 조각’으로 세계 최고 무대만 바라보며 버텼다.
노사 협정 후에는 많은 게 바뀌었다. 싱글 A 선수들의 연봉은 2만7000 달러, 더블 A는 3만250만 달러 트리플A는 3만5800만 달러로 올랐다. 구단에서 주거지를 제공하며 1인 1실이 기본이다. 경기 전후로 영양가 높은 식사도 구단이 무료로 제공한다. 미국 밖에서 온 선수들에게는 영어 공부도 시켜준다.
대신 프로 진입 문을 좁혔다. 해외 유망주에게 줄 수 있는 계약금에 제한을 걸었고 미국 내 아마추어 선수를 대상으로 열리는 드래프트 규모도 40라운드에서 20라운드로 축소했다. 예전보다 선수를 덜 뽑는 대신 뽑은 선수들의 대우를 상향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더불어 마이너리그 선수들의 빅리그 진입도 이전보다 빠른 추세다. 2023년 1월에 입단한 심준석의 경우 부상 등 변수가 없다는 가정하에 이르면 2025년에서 2026년 MLB 데뷔가 예상된다. 과거에는 마이너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쳐도 추신수처럼 4, 5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제는 입단 후 3년 내로 MLB 무대에 서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최상위 유망주들은 특히 그렇다.
군 복무가 걸린 한국 선수라도 빅리그 도전 기간을 3년으로 잡으면 된다. 3년 동안 도전해보고 안 되면 한국에 돌아와 군 복무에 임해 유예기간 2년을 보낸 뒤 KBO리그 드래프트에 참가할 수 있다. 오는 9월 2024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진우영은 2019년 캔자스시티에 입단한 후 2021년까지 마이너리그에서 뛰다가 방출 됐다. 그리고 당해 12월 한국으로 돌아와 군복무에 임했다.
올해 만 22세. 대졸 선수 나이인데 군복무까지 마친 채 KBO리그 드래프트에 참가한다. 만 23세부터 오롯이 KBO리그에 전념할 수 있다.
심준석과 장현석이 미국에서 어떤 결과를 낼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그러나 향상된 마이너리그 환경이 고교 유망주들에게 긍정적으로 다가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지난달 보스턴과 계약금 30만 달러에 계약한 서울고 이찬솔과 같은 경우도 꾸준히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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