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선더베이(캐나다)=황혜정기자] “이러려고 지금껏 연습해온 게 아닌데...”

믿기지 않는 듯 한동안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몇몇 선수는 끝내 눈물을 보였고, 굳어버린 표정은 이날 경기의 모든 것을 말했다.

대한민국 여자야구 국가대표팀이 9일(한국시간) 캐나다 선더베이에서 열린 ‘2024 여자야구 월드컵(WBSC)’ 예선 첫 경기에서 홍콩에 한 점차 석패했다.

8-9로 한 점차 진 것이었지만, 경기 내용은 자멸(自滅)에 가까웠다. 대표팀은 수비 실책을 6차례나 저질렀다. 타선에서도 5차례 만루 기회를 맞이했지만, 7점을 뽑아내는 데 그쳤다. 이날 대표팀의 잔루는 무려 13개. 주자가 3루에 있었지만 홈을 밟지 못한 경우도 5회말을 제외하고 모든 이닝에서 나왔다.

특히 홍콩은 대표팀이 지난 5월말 홍콩에서 열린 ‘2023 여자야구 아시안컵(BFA)’에서 열린 슈퍼라운드에서 두 차례나 콜드게임 승리를 한 상대다.

이날 대표팀은 홍콩에 무난한 승리를 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초반부터 고전했다. 홍콩은 대표팀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번트, 도루 작전을 펼쳤다. 그 결과 선취 2점을 먼저 가져간 것은 물론 대표팀의 수비 실책을 유도해 점수를 뽑아나갔다.

심판의 일관성 없는 스트라이크 존도 경기 중 선수들을 당황해게 했다. 이날 경기에 나선 선수들은 입을 모아 “스트라이크 존이 좌우를 넓게 잡다가 갑자기 위아래로 잡더라. 존이 좁았다가 경기 후반부엔 또 넓어졌다”고 말했다.

명백히 볼인 공에 스트라이크 콜이 들리자 만루 기회에서 평소 선구안이 좋은 대표팀 타자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삼진으로 돌아섰다.

대표팀이 몇 달간 준비한 ‘빠른 공’ 대응 훈련도 홍콩전에서만큼은 악수(惡手)가 됐다.

이날 대표팀 타자들의 스윙 타이밍이 전부 빨랐다고 한다. 한 선수는 “호주, 캐나다, 미국에 대비해 빠른 공 대응 훈련만 하다보니 정작 홍콩 투수들의 느린 공이 생소했다. 정말 몇 달만에 느린 공을 경험했다”고 털어놨다.

대표팀은 그간 힘이 좋은 외국 선수들이 던지는 시속 110㎞ 이상 빠른 공에 대한 공 대응 훈련에 매진해왔다. 선수들도 추가로 타격장을 찾아 해당 속도의 공에 대한 타격 연습을 했다. 지난 몇 달간 빠른 공에 타격 타이밍을 맞춰왔는데 구속이 90㎞대인 홍콩 투수들을 만나자 밸런스가 모두 무너졌다.

그러나 선수들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실책이 너무 많았다. 이런 경기를 이기는 것이 더 웃길 것”이라며 “홍콩전 패배는 두고두고 너무 아쉽다. 그렇지만 이미 지난 경기다. 앞으로 4경기를 더 해야한다. 지더라도 이렇게 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팀 양상문 감독도 “오늘 우려했던 수비 실책이 고스란히 나왔다. 목표했던 승리를 따내지 못했지만, 남은 경기들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선수단을 다독였다. et1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