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지진으로 폐허가 된 서울시내,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은 ‘황궁아파트’에 사는 신혼부부 민성(박서준 분)과 명화(박보영 분)의 삶도 재난으로 180도 달라진다. 황도 한쪽도 나눠먹으며 서로를 아끼고 위했던 부부는 “내 가정이 먼저”라는 남편과 “타인도 함께 살아야 한다”는 아내의 주장으로 갈리며 갈등을 빚는다. 9일 개봉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속 배우 박서준과 박보영이 연기한 민성과 명화의 신념은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안긴다.

◇‘샤넬 하트’·팬이 준 머리띠 등 연이은 오해 산 박서준 “소극적 성격인데 스토킹 피해까지 당해”

배우 박서준은 최근 연이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달 27일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샤넬이 개최한 ‘트위드 드 샤넬’ 이벤트에서 취재진이 요청한 손하트를 거절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콘크리트 유토피아’ 무대 인사에서 팬이 선물한 머리띠를 쓰지 않아 태도 논란에 휩싸였다. 설상가상 또 다른 무대 인사에서 갑자기 무대에 난입한 여성 관객의 급작스러운 포옹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손하트 요청’ 거절은 이 행사에 참석한 배우 박형식이 “(주최 측으로부터) 전달받은 게 없다”고 말한 내용이 기사화되면서 덩달아 ‘손하트’ 포즈를 취하지 않은 박서준까지 입길에 오르내리게 된 사건이다. 그러나 이는 샤넬 측이 참석자들에게 ‘손하트, 볼하트, 브이 포즈를 자제해달라’고 공지한 것을 이행했을 뿐이다.

머리띠 역시 당시 헤어스프레이로 머리를 고정한 터라 두피 통증 때문에 쓰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무대로 난입한 팬에 대해서는 “당황스럽긴 했지만 그분만 계시는 극장이 아니기 때문에 기분 좋게 마무리 하려고 노력했다”고 팬카페에 올린 글을 통해 입장을 전했다.

작은 오해가 켜켜이 쌓여 눈덩이처럼 논란을 빚으며 ‘유명세’라는 세금을 비싸게 치른 셈이다.최근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서준은 “최근 연이어 스토킹을 당했고 실제 성격도 소극적이라 집중받는 걸 싫어하는 데 직업이 연예인인게 아이러니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런 성격이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자신이 연기한 민성과 닮은 부분이 있다고 고백했다. 그가 연기한 민성은 영화를 바라보는 관객의 시선이기도 하다. 재난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박보영이 연기한 아내 명화가 극단의 선을, 이병헌이 연기한 영탁이 극단의 이기심을 보여줬다면 민성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휩쓸리는 대다수 군중 중 한명이다. 가정을 꾸리는 게 꿈이었던 민성은 사랑하는 아내 명화를 지키기 위해 서서히 변해간다.

“아마 인간 박서준이라면 그런 상황에서 타인을 포용했을 것 같아요. 극단적인 상황이 생기면 뭉쳐야 잘 헤쳐나갈 수 있잖아요.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투표’ 장면을 유심히 지켜봐주셨으면 해요. 이 영화에서 가장 잔인한 장면이자 가장 생각할 포인트가 많은 신이거든요. 참고로 민성이가 어떤 색 돌을 넣었는지는 끝까지 보여주지 않아요.”

아내 명화 역의 박보영에 대해서는 “호흡을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을 정도로 좋았다”고 했다. 그는 “특히 방에서 황도를 나눠먹는 장면에서는 적절한 대사가 없는데도 보영 씨의 애드리브로 촬영할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극중 황궁아파트 입주민 리더이자 영화를 진두지휘하는 영탁 역의 이병헌에 대해서는 “학창시절부터 팬이었고 꼭 한번 함께 연기하고 싶었는데 이번에 촬영하면서 디테일에 깜짝 놀랐다. 테스트로 찍은 장면을 영화속 최종 컷으로 선택할만큼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박보영, 소속사 BH 제작이라 이병헌 끼워팔기? 내가 이병헌보다 먼저 캐스팅 돼

여전히 소녀같은 이미지가 강한 박보영이지만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는 최소한의 윤리를 지키고자 하는 굳은 신념의 간호사 명화로 분해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그가 분한 명화는 민성의 아내로 아이를 유산한 슬픔을 내면에 지닌 캐릭터다. ‘황궁아파트’ 주민들이 외부인을 배척하고 폭력적으로 변하는 상황에서도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이 작품은 그의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고 같은 소속사 선배 배우인 이병헌이 주연을, 후배 배우인 박지후까지 캐스팅되면서 제작사 겸 한 소속사가 지나치게 ‘배우 끼워팔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러나 박보영은 “제가 이병헌 선배보다 먼저 캐스팅됐다”고 싱긋 웃었다.

“소속사를 막 옮겼을 때였어요. 혹시 할 만한 작품이 있나 시나리오를 받아봤는데 ‘콘크리트 유토피아’ 시나리오를 읽으며 이상한 갑갑함을 느꼈죠. 과연 나라면 이들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싶었죠. 회사 대표님에게 ‘제가 할만한 역할이 있을까요?’ 여쭤보니 마침 캐스팅이 돼 있지 않은 상태라 제가 줄을 서게 됐어요.(웃음) 병헌선배가 출연하는 것도 제가 확정된 뒤 대표님이 ‘병헌 형도 할 것 같다’고 말씀해주셔서 알게 됐죠.”

명화는 개인적인 아픔을 뒤로 하고 타인을 먼저 생각할 줄 아는 인물이다. 박보영은 “명화는 도덕적 잣대가 높고 더불어 같이 사는 사람, 흡사 ‘유니콘’같은 인물”이라고 소개하며 “때로 위선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영화를 보면 명화같은 사람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간 박보영은 명화와 절반 정도 비슷하다. 다 같이 살 방법도 찾아야 하지만 잘못된 방법인 걸 알면서 휩쓸리기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정한 남편 민성을 연기한 박서준에 대해서는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평했다.

“굳이 친해지려고 노력하지 않고, 상의하지 않아도 호흡이 잘 맞는 배우였어요. 특히 문제의 ‘황도’ 먹는 장면에서는 서로 애드리브가 척척 들어맞았죠. 원래 그 장면에서 서준씨랑 뽀뽀까지 가면 안되는데 외부에서 문이 너무 늦게 열렸거든요. 그때 제가 ‘지금?’이라고 대사 애드리브를 쳤어요. 하하”

같은 소속사 선배인 이병헌에 대해서는 “친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말도 못 붙일 선배님이었다면 지금은 살짝 농담을 건넬 수 있는 선배”라며 “촬영장에서 눈빛이 너무 무서웠다. 감독님께서 선배님을 ‘갈치’라고 생각하라며 사진을 보내줘서 휴대전화 배경으로 설정해놓고 계속 쳐다보며 적응해나갔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고교생이던 2006년 EBS 드라마 ‘비밀의 교정’으로 데뷔한 박보영도 벌써 30대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고교생같은 사랑스러운 동안외모를 자랑한다. 때로 너무 어려보이는 외모가 그의 연기 운신에 지장을 줄 정도다.

“동안외모는 부모님께 감사드려야죠.(웃음) 그래도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보며 이제 제법 성숙해지지 않았나 싶어요. 아직까지 진한 멜로물도 안해봤는데 이제 그런 작품에 슬쩍슬쩍 발을 담그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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