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대전=김동영기자] “자리는 스스로 잡는 것이다.”
어느 팀이나 ‘주전’은 있다. 그러나 야구는 주전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아가 누구나 나이는 먹는다. 다음 세데 ‘육성’은 필수다. 이게 또 쉽지 않다. 단순히 경험을 쌓게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현대 야구는 과거 그 어느 때와 비교해도 ‘유망주’를 중시한다. KBO리그라고 다를 리 없다. 모든 팀이 ‘젊은 선수’를 애지중지한다. 신인 드래프트에 많은 공을 들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을 ‘키우는’ 것은 또 별개다. 단순히 어리고 젊기 때문에 경험치를 먹이는 것이 아니다. 잘할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기회를 준다. 그것도 무한정 줄 수 없다. 결국 선수가 잘해야 기회도 생기고, 자리도 생기는 법이다.
한화 최원호 감독은 “사실 하위권 팀은 기회를 주기도 어렵다. 특정 선수를 밀어주는 것이 안 된다. 결국 잘하면 나가는 것이다. 그것 외에 없다. 계속 4타수 무안타 치는 타자를 어떻게 쓰고, 계속 터지는 투수를 어떻게 기용하겠나”고 짚었다.
이어 “LG를 예로 들면, 이재원을 하위타선에 둔다고 큰 차이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 않나. 타선이 워낙 좋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우리는 다르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우리가 키우는 것이 아니다. 자기들이 크는 것이다. 잘할 때는 쓴다. 내림세를 타면 또 뺀다”고 강조했다.
대체로 하위권 팀은 결국 상위권 팀과 비교해 전력이 약하다. 주전부터 밀리는 경우가 많다. 백업은 더하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선수에게 ‘마르고 닳도록’ 기회를 줄 수는 없다. 좋은 선수를 써야 한다. 프로이기에 당연한 부분이다.
최원호 감독은 문동주 이야기도 했다. “5월에 아주 좋지 않았다(평균자책점 8.22). 대신 4월에 보여준 것이 있다(평균자책점 2.38). 그래서 기다릴 수 있었다. 처음부터 부진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결국 자리는 자기가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위권 팀들은 어떨까. 이쪽도 크게 다르지 않다. SSG의 경우 불펜에 고민이 제법 많다. 노경은-고효준이 베테랑이다. 또 다른 자원이 필요하다. 투수가 없는 것은 아닌데, 확 튀어나오는 자원은 또 없다. 일단 루키 이로운이 차기 필승조 후보다.
김원형 감독은 “이로운은 내년을 봐서라도 계속 1군에서 경험을 많이 해야 한다”며 “아무나 경험을 준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이로운은 자질이 있다. 가능성도 보인다. 코칭스태프가 인내하면서 기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가 지금 이로운을 제외하면 터프한 상황에서 투입할 투수가 없다. 이로운이 더 발전해야 한다. 다른 투수들도 마찬가지다”고 덧붙였다.
사실 야수 쪽도 만만치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베테랑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젊은 피가 필요하다. 1루의 경우 지난해 호쾌한 타격을 보였던 전의산이 올시즌 바로 주전이 될 것이라 했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타율 2할 초반에 홈런은 5개도 되지 않는다. ‘주전’이 된다는 것이 그렇게 어렵다. 몇 년씩 걸린다.
10개 구단 사령탑이 똑같이 하는 말이 있다. “선수가 없다”고 한다. 그만큼 선수를 키우기가 어렵다. 1군과 퓨처스 모두 엔트리는 정해져 있다. 수백명씩 안고 있으면서 옥석을 고르기 어렵다. 한정된 자원 안에서 최상의 결과를 내야 한다.
그래서 잘 키워야 한다. 보통 일이 아니다. 선수도 고난을 감수해야 하고, 코칭스태프 또한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 어느 팀이든 각자의 이유로 육성이 참 어렵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