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주저하지 않았다. 선발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3개월 공백을 각오한 여름 캠프를 진행했다. 더불어 필승조로 활약해온 투수의 선발 전환을 단행했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우승 청부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제구에 어려움을 겪자 재충전 시간을 줬다.

리빌딩 팀이 아니다. 우승을 목표로 1위를 달리고 있는 팀이다. 그래도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그 결단이 듬직한 수확으로 돌아오고 있다. 시즌 막바지 선발 부자가 된 LG 얘기다.

LG는 26일부터 내달 2일까지 7연전에 임한다. 선발진 운영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일정인데 고민이 깊지 않다.

여름 캠프에 임했던 김윤식이 지난해 후반기 에이스 모드를 재현하고 있고, 필승조 이정용은 선발진에 연착륙했다. 최원태 또한 지난 24일 잠실 한화전에서 2주 만에 다시 마운드에 올라 7이닝 1실점으로 활약했다.

아담 플럿코가 계획대로 10월 2일 수원 KT전에 선발 등판한다면 선발 투수 6명으로 7연전을 치를 수 있다. 26일 잠실 KT전 김윤식~27일 잠실 KT전 케이시 켈리~28일 잠실 삼성전 이정용~29일 잠실 두산전 임찬규~30일 잠실 두산전 최원태~1일 잠실 두산전 김윤식~2일 수원 KT전 플럿코로 7연전 로테이션을 구성할 수 있는 LG다.

예비 선발도 있다. 10월 1일 김윤식의 4일 휴식 후 등판이 부담된다면 롱릴리프 이지강과 손주영 중 한 명이 플럿코 앞에 들어갈 수 있다. 늘 토종 선발이 약점이었던 LG가 사령탑의 인내와 결단력으로 양질의 로테이션을 완성했다.

그러면서 포스트시즌 준비도 진행한다. 정규시즌 우승, 한국시리즈 직행 9부 능선을 넘은 가운데 지난 22일 잠실 NC전에서 김윤식이 중간 투수로 등판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선발 투수 4명만 필요한 만큼 김윤식, 최원태, 이정용 중 두 명은 불펜으로 들어갈 계획이다. 이를 위한 테스트가 진행 중이며 플럿코가 합류한 후 최원태 혹은 이정용도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설 수 있다.

단기전은 투수 싸움이다. 보직을 가리지 않고 좋은 투수가 많은 팀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좋은 선발 투수가 많다면 이른바 1+1 전략으로 승기를 잡을 수 있다. 과거 삼성 왕조가 그랬다. 선발 투수 5명 중 한 명이 롱릴리프를 맡았고 시리즈 중후반에는 에이스도 중간 등판에 나섰다. 2013년 한국 시리즈 전적 1승 3패의 열세를 뒤집을 수 있었던 데에는 밴덴헐크의 5차전 중간 등판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LG가 바라보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양질의 불펜을 구성했지만 그래도 투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절정의 컨디션인 투수들을 두둑하게 비축해 적극적으로 투입하면 정상 등극 시나리오가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유영찬, 백승현, 김진성, 고우석 필승조와 더불어 김윤식, 최원태, 이정용 중 두 명이 불펜에 합류하면 빠르게 승부를 걸 수 있다. 왕조 시설 삼성 부럽지 않은 마운드를 구축하는 것이다.

염경엽 감독은 2014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의 막강 마운드와 마주했다. 당시 넥센 사령탑으로서 첫 우승을 바라봤지만 뎁스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염 감독은 당시를 회상하며 “그때는 선발 투수 두 명(벤헤켄, 소사)으로 포스트시즌을 치렀다. 외국인 두 명으로 (한국시리즈를) 한 적도 있었는데···”라며 9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마지막 승부를 머릿속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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