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저우=박준범기자] 충격의 완패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여자 축구대표팀은 30일(한국시간) 중국 원저우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축구 8강전에서 북한을 맞아 1-4로 완패했다.

이번 맞대결은 2017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이후 6년 만에 성사됐다. 당시 대표팀은 북한에 0-1로 패했는데, 이번에도 무릎을 꿇었다. 역대 상대 전적에서도 1승3무16패로 절대 열세가 유지됐다. 2005년 동아시안컵에서 1-0 승리를 거둔 뒤 13경기(2무11패)에서 승리가 없다.

더욱이 대표팀은 아시안게임에서 북한을 6번 만나 모두 패하게 됐다. 또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5위 이후 25년 만에 8강에서 탈락하는 굴욕을 맛봤다.

벨 감독은 공격수 박은선을 스리백의 중앙에 배치했다. 북한 공격수 김경영을 막기 위한 대책이었다. 최전방엔 손화연과 최유리를 배치했고, 지소연이 그 뒤를 받쳤다. 남북 맞대결인 만큼, 경기 시작부터 치열했다. 북한 선수들은 태클을 서슴지 않으며 전투적으로 수비했다. 그리고 전반 3분 만에 양 팀 선수단이 충돌했다. 지소연을 향한 태클이 빌미가 됐다. 주심이 적극적으로 말릴 정도로 전체 선수단이 맞붙었다. 이 과정에서 북한 홍승옥이 경고를 받기도 했다.

대표팀은 북한의 강력한 수비에 빌드업이 원활치 않았다. 패스 미스가 계속해서 나왔다. 그러다 전반 11분 코너킥 상황에서 북한 안명성의 다리를 맞고 자책골로 연결됐다. 하지만 리드는 오래가지 않았다. 전반 19분 페널티박스 바로 앞에서 얻은 프리킥을 리학이 완벽한 감아차기로 골망을 흔들었다. 골키퍼 김정미가 방향을 예측했는데 완벽하게 빗나갔다. 북한 응원단은 “조선 이겨라”를 외쳤다.

대표팀은 일대일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특히 측면 공격이 살아나지 않았다. 전반 35분 지소연이 개인 돌파로 공격 기회를 엿봤지만, 슛까지 연결되지 않았다. 박은선과 김경영이 한 차례 충돌하기도 했다. 전반 37분 장슬기의 왼쪽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는 최유리의 머리를 맞았으나 공중으로 향했다. 전반 40분 손화연이 침투하다 골키퍼와 충돌했는데, 주심은 경고를 꺼내 들었다. 앞서 전반 12분에 한 차례 경고가 있던 손화연은 경고 누적 퇴장당했다.

곳곳에서 충돌이 발생했다. 수적 열세를 안은 대표팀은 후반 들어 북한의 공세를 이겨내기 바빴다. 대표팀은 라인을 완전히 내렸다. 포백을 유지했지만, 최전방에는 전은바만 남겨뒀다. 후반 14분 리학의 돌파에 이은 왼발 슛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북한은 후반 17분 명유정을 투입했다. 북한은 여러 차례 위협적인 기회를 맞았으나, 마무리가 아쉬웠다. 후반 23분 홍승옥의 오른발 슛은 골대를 벗어났다. 대표팀은 공격이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벨 감독은 후반 28분 천가람 대신 이은영을 투입했다. 32분에는 박은선을 빼고 문미라를 넣었다.

결국 북한이 후반 36분 추가골을 넣었다. 페널티박스 혼전 상황에서 조금옥의 패스를 안명성이 뛰어들며 오른발로 마무리해 역전에 성공했다. 대표팀은 만회골을 위해 라인을 높게 설정했다. 북한은 양 측면을 공략했다. 북한이 후반 44분 리학의 완벽한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쐐기골을 넣었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김혜리의 핸드볼 파울로 페널티킥을 내줬고, 키커로 나선 김경영이 침착한 마무리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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