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저우=박준범기자] “이런 불공평한 경기는 축구를 하면서 처음이다.”

아시안게임 여자 축구대표팀의 핵심 지소연(수원FC)은 분통을 터뜨렸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여자 축구대표팀은 30일 중국 원저우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축구 8강전에서 북한에 1-4로 패했다.

전반 11분 상대의 자책골로 앞설 때만 해도 좋았다. 하지만 대표팀은 전반 종료 직전, 손화연이 골키퍼와 충돌 후 경고를 받으며, 누적 퇴장을 당해 수적 열세에 처했다. 손화연은 전반 21분 경고를 한 장 받았는데, 다시 한번 경고를 받은 것. 지소연도 이 판정에 대해 분노했다.

무엇보다 지소연은 전반 3분 만에 양발 태클을 당했다. 이후 양 선수단이 충돌해 신경전을 펼쳤다. 하지만 주심의 선택은 퇴장이 아닌 경고였다. 경기 후 지소연은 여전히 눈시울이 붉었다. 얼굴도 상당히 상기돼 있었다.

지소연은 “심판께 책임을 떠넘기고 싶지 않다. 하지만 북한 선수와도 싸우면서 심판과 싸웠다. 심판의 결정이 우리의 경기력에 큰 영향을 준 것 같다. 축구를 하면서 이렇게 불공평한 경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지소연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그는 전반 3분 태클 당한 장면을 떠올리며 “비디오판독(VAR)이 있었더라면 퇴장까지 나왔을 만한 파울”이라고 강조하며 “후반에도 페널티킥을 얻을 만한 상황이 있었는데 어떤 것도 나오지 않았다. 처음으로 이성을 잃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소연은 경기 후에도 강한 어조로 심판에게 항의했다. 벨 감독도 “심판 판정이 공정했는지 묻고 싶다”라고 강하게 불만을 표했다. 지소연은 “흥분한 상태로 심판에게 항의했다. 심한 말도 했다. 징계받을지 모른다. 징계받더라도 심판도 징계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단호하게 주장했다.

지소연은 두고두고 아쉬운 듯 경기에 관한 이야기도 이어 나갔다. 그는 “11대 11로 경기했다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10명으로 잘 버텼지만, 마지막엔 집중력이 흐트러진 것도 사실이다. 11명이 싸웠다면 지진 않았을 것이다. 북한도 국제 경험이 예전만큼 많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대표팀은 또 한 번의 고비를 넘지 못했다.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후 다시 겪는 아픔이다. 지소연은 “벨 감독님이 부임한 뒤 여자축구가 좋아진 건 사실이다. 항상 그 고비를 넘기지 못한다. 안타깝다. 우리가 북한을 이겼더라면 결승전까진 무난하게 올라갈 수 있었다”라며 “좌절할 시간이 없다. 빨리 정리해서 올림픽을 위해 나아가겠다”라고 다짐했다.

지소연은 믹스트존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듯, 국내 취재진과 심판 판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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