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지나온 긴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빠르게 1위를 확정지었다. 2018년 이후 가장 빠른 페넌트레이스 우승이다. LG가 정규시즌 일정이 다 발표되기도 전에 한국시리즈 직행을 확정지었다.

매직넘버 1이 그냥 사라졌다. 3일 수원에서 열린 KT와 KIA의 경기에서 KIA가 승리, 문학에서 열린 SSG와 NC의 경기에서 SSG가 이기면서 LG는 이날 경기 없이 정규시즌 우승에 도달했다. 3일 기준 시즌 전적 82승 51패 2무 승률 0.617. 남은 9경기에서 LG가 전패를 당해도 1위로 정규시즌을 마친다.

정규시즌 종료일을 모르는데 우승이 확정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아직 10일 이후 잔여 경기 일정을 발표하지 않았다. LG는 10일까지 142번째 경기에 임하고 10일 이후 3경기가 남는다. 그런데 10일 이후 진행할 3경기 일정을 모른다. 그만큼 빠르게 페넌트레이스 결승점에 도달한 LG다.

지난 몇 년을 돌아봐도 그렇다. 2022년 최초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한 SSG는 141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정규시즌 1위를 확정지었다. 작년 10월 4일 SSG는 경기가 없었고 이날 2위 LG가 KIA에 패하면서 매직넘버 1이 소멸됐다.

2021년에는 그 어느 때보다 1위 확정에 많은 경기가 필요했다. KT와 삼성이 초유의 1위 결정전 타이브레이크를 진행했다. 양팀이 동률로 144경기 페넌트레이스를 마치면서 대구에서 KT와 삼성의 145번째 경기가 열렸다. KT가 접전 끝에 삼성에 승리해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2020년에 NC가 139번째 경기에서 페넌트레이스 결승점을 통과했다. 2020년 10월 24일 창원 LG전에서 3-3 무승부를 기록했고 무승부를 통해 매직넘버 1을 지웠다. 2019년에는 두산이 마지막 144번째 경기에서 NC를 꺾으며 드라마를 만들었다. 마지막 경기 전까지 SK가 1위에 자리했는데 마지막날 두산이 SK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2019년부터 올해까지 5시즌 중 가장 먼저 1위를 확정지은 팀이 된 LG다. 시계를 더 뒤로 돌리면 두산이 2018년 132경기만 치르고 1위를 확정지었다. 2017년에는 마지막날 KIA가 1위 확정, 2016년에는 두산이 137경기만 소화한 상태에서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15년에는 삼성이 143번째 경기에서 1위를 결정했는데 2014년에도 삼성은 128경기 체제에서 127번째 경기를 승리해 왕조를 구축한 바 있다. 2013년에도 127번째 경기, 2012년에는 133경기 체제였는데 128번째 경기, 왕조 시작점인 2011년에는 125번째 경기에서 페넌트레이스 우승기를 들었다.

144경기 체제에서 135경기만 치르고 정규시즌 트로피를 들기까지 28년의 시간이 필요했던 LG다. 1994년에도 2023년처럼 선두를 독주하며 일찍이 한국시리즈 직행을 이뤘다. 하지만 1995년에는 막바지 1위 자리를 놓쳤고 2003년부터 2012년까지는 10년 암흑기를 겪었다. 2013년 암흑기에서 탈출한 후 꾸준히 가을야구 무대에 섰으나 좀처럼 정상에 닿지 못했다. 특히 지난 3년 동안에는 1위를 끝까지 쫓기만 했다. 유독 기다림이 길고 고통도 심했는데 마침내 대업을 이뤘다.

1위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KBO리그다. 이른 1위 확정은 더 그렇다. 앞으로 LG는 수월하게 페넌트레이스를 마무리하면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바라볼 계획이다. 남은 9경기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정상적으로 돌리면서도 관리와 휴식이 필요한 투수들은 마운드에 서지 않고 한국시리즈를 준비한다. 야수진도 선수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출전 여부를 결정한다.

초스피드로 1위를 확정해 한국시리즈까지 한 달 이상의 여유와 준비 기간을 얻었다. 통합우승을 향한 청신호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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