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항저우=김민규기자]“복잡한 생각에 눈물이 났다.”

미안함과 감사함, 환희와 기쁨 만감이 교차했다.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국제대회의 불운이 또 다시 재현될까, 노심초사(勞心焦思)했다. 믿었던 동료의 수비가 확신이 됐던 찰나의 순간 고우석(25·LG)은 포효했다.

고우석은 7일 중국 저장성 샤오싱의 샤오싱 야구·소프트볼 센터 제1구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만과의 결승에서 2-0으로 앞선 9회 말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지켜내며 한국 우승을 이끌었다. 더불어 아시안게임 ‘4연패’ 위업 달성에 마침표를 찍었다.

힘든 경기였다. 고우석은 1사 후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1사 1,2루의 실점위기를 맞았다. 장타 한방이면 동점이 될 수도 있는 위기의 상황.

대만의 중심타자 우녠팅과 승부를 맞이했다. 힘차게 공을 던졌다. 우녠팅의 배트도 돌았다. 땅볼 타구가 2루 쪽으로 향했고, 고우석의 시선도 2루를 향했다. 김혜성이 주자를 태그한 후 1루로 송구, 병살을 완성했다. 동시에 한국의 금메달도 완성됐다. 그리고 찰나를 지켜봤던 고우석은 마음껏 환호했다. 동료들과 얼싸안고 기쁨을 노래했고, 금메달을 목에 건 후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시상식이 끝난 후 만난 고우석은 “예전 국제대회도 떠오르고 복잡한 생각에 눈물이 났다”며 “쉽지 않은 결정일 수 있었는데 끝까지 나를 믿어주신 류중일 감독님께 너무 감사하다. 전임 감독님이셨던 김경문 감독님과 이강철 감독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전(도쿄올림픽과 WBC)대회에서 함께 했던 선배들과 동료들이 힘써줬던 것이 너무 많이 생각났다”며 “오늘 경기가 보답이 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을 많이 했다. 이번 대회에선 우리 선수들이 너무 잘해줬고, 난 그냥 숟가락만 올린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그는 그동안 참가한 국제대회마다 불운이 따랐다. 지난 3월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선 연습경기를 하다 오른쪽 어깨 부상을 당해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그리고 2020 도쿄올림픽 일본과의 경기 당시에는 2-2로 맞선 8회 병살로 이닝을 끝낼 수 있는 상황에서 그의 수비 실수가 나왔고, 이후 제구가 흔들리며 결국 패배로 이어졌다.

이번 대회에서도 예선 조별리그 2라운드 대만과의 경기에서 0-2로 뒤진 8회 말에 등판해 2루타와 몸에 맞는 공을 내준 후 2사 2,3루의 위기를 맞았고, 대만에 적시타를 내주며 0-4로 패배했다.

그러나 사령탑의 믿음은 변함이 없었다. 류중일 감독은 어떤 경기보다 중요했던 결승전에서, 그것도 승리를 결정짓는 마지막 순간 고우석을 선택했다. 그리고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후련함의 눈물이다. 힘든 상황도 있었지만 목표로 했던 금메달을 결국 해냈다. 고우석은 “(금메달이)매우 무거운 것 같다. 정말 무거운데 많은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며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 또 시즌이 있으니깐 잘 던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경기 끝나자마자 선배들이 연락이 와 있었다.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더라. 너무 감사하고 계속 성장해 나가겠다”고 다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