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Pretty savage’
전기차·하이브리드 차량이 150만대를 돌파하면서 이제 내연기관 시대가 저물고 있다. 스포츠서울은 국내 출시된 친환경차를 엄선해 성능과 가성비,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분석한 ‘가요’(Pop)로 ‘타는’ 시승기를 선보인다. 선정한 음악과 차량을 동일선상에 놓고 표현한 다섯 번째 대상은 르노 ‘XM3 하이브리드’다. -편집자주-
[스포츠서울 | 원성윤기자] “비슷한 것 같지 우린 뼛속까지 다름”
블랙핑크의 ‘Pretty savage’는 디지털 음원과 라이브 음원의 느낌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곡 중 하나다. 지난 4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오에서 열린 ‘코첼라 페스티벌’에서 보여준 무대가 바로 그렇다. 미국 최대 음악 축제로 꼽히는 페스티벌에서 K팝 그룹 최초 헤드라이너로 선보인 블랙핑크의 퍼포먼스와 무대 장악력을 보면 ‘왜 블랙핑크인가’하는 의문이 단숨에 풀린다.
이번에 소개하는 XM3 E-TECH 하이브리드(이하 XM3) 역시 블랙핑크와 같은 매력을 갖고 있다. XM3는 경험해보기 전까지 알 수 없는 묘한 매력을 뿜어낸다. 경험과 함께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되는, 바로 기대 이상을 선사하는 차라 할 수 있다.
◇ 75.7㎞ 주행에 연비 19.2㎞/L 기록…전기차에 근접
르노가 2022년에 내놓은 XM3는 지난 2020년 3월 출시 때부터 2023년 3월까지 37개월 간 국내외 시장에서 총25만439대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특히 기자가 지난 5일 시승한 XM3는 국내보다 해외 판매량이 3배 이상 인기가 높은 차량이다. 이날 시승은 도심(서울)과 수도권(경기 남양주·양평)을 거쳐 약75.7㎞를 운행했다. 연비는 19.2㎞/L를 기록해 하이브리드 차량로서 우수한 면모를 보여줬다.
이러한 높은 연비는 주행 중에 전기 모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연비를 높이는 기술력 덕분이다. XM3는 내연기관 엔진을 대신하는 ‘구동 전기 모터’(36㎾/205Nm)와 발전 기능을 겸하는 ‘고전압 보조 모터’(15㎾/50Nm)로 구성돼 있다. 이 듀얼 모터 시스템 덕분에 100% 전기차 모드 선택이 가능한 EV 모드,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감속과 함께 배터리가 충전되며 사실상 전기차에 가까운 하이브리드 모델로 평가받는다. 도심 주행 시 최대 75%까지 전기 모드로 주행할 수 있어 조용한 승차감을 보여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XM3 하이브리드는 △길이 4570㎜ △너비 1820㎜ △높이 1570㎜ △휠베이스 2720㎜를 통해 넚은 공간과 안정감을 확보했다. 수치상 경쟁 모델인 코나(2630㎜), 트레일블레이저(2700㎜) 보다 길다. 성인 4명이 탑승해도 2열 헤드룸과 레그룸 공간이 충분히 확보된다는 점에서 패밀리 카로도 손색없다. 트렁크 넓이도 513리터로 동급 차량인 셀토스 (498리터), 베뉴(355리터) 보다 훨씬 넓고 넉넉한 수납이 가능하다.
지난 2016년 SM6 출시 당시 화제를 모은 건 단연 센터페시아 패널이었다. 네비게이션 조작만 가능하던 당시에 SM6가 보여준 8.7인치 대형 터치스크린은 혁신 그 자체였다. 물론 시간이 갈수록 터치 방식의 문제 등 단점이 노출됐다. 이에 통합 시스템으로 운영했던 주요 공조장치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 분리돼 운전자가 직관적으로 필요한 기능을 여런 버튼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바꿨다. 르노가 얼마나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는지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SM6 오너였던 기자가 이번 시승 때 놀란 건 바로 이 부분이다. 과거 단점으로 지적됐던 부분들이 직관적인 물리적 버튼으로 바뀌면서 운전자가 운전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또 애플 카플레이를 비롯해 1열 파워 및 통풍시트, 앰비언트 라이트, 2열 열선시트 등 최근 차들이 갖추고 있는 옵션들도 빠짐없이 갖추고 있다는 점도 매력을 더했다.
◇ 반자율주행 ‘훌륭’…지난 8월 가격 인하정책 시행
반자율주행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도 매우 훌륭한 편이다. 1억원대 이상 수입차들이 국도에서 흰색 실선이 끊기거나 희미해질 경우 운전대가 방향을 잃고 허둥대기 일쑤였다. 하지만 XM3는 이러한 구간에서도 훌륭하게 커브 길을 돌았다. 자연스레 탄성이 절로 나왔다.
물론 단점도 있다. 브레이킹이 부드럽지 않거나 방지턱을 넘을 때 꿀렁거림이 심한 부분은 차 가격을 생각하면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또 사이드미러와 룸미러가 일반 중형 세단보다 작아 가시성 확보에 다소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애플 카플레이도 설정이 됐다, 안 됐다를 반복하는 점도 아쉬웠다.
그럼에도 이 모든 단점을 소화해 주는 건 가격이다. 르노코리아는 지난 8월말 할인정책을 시행해 XM3 1.6 GTe 모델은 2680만원, 하이브리드 모델도 3094만원까지 낮췄다. XM3의 수출형 모델 아르카나가 프랑스 현지 가격이 3만8800유로(약 5189만원)에서 시작된 것을 생각하면 한국에서만큼은, 뼛속까지 다르다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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