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함상범 기자]“1000만 관객을 호령했던 송강호마저 30만이라니…”

영화계 대목인 추석 연휴를 앞두고 지난 달 27일부터 시작된 대형배급사의 신작 3파전이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앞서 ‘신과 함께’ 시리즈로 ‘쌍천만’ 신화를 일군 김용화 감독의 신작 ‘더문’이 50만 관객을 동원, 영화계 위기감이 고조된 가운데 긴 추석 연휴, 반전을 일궈보겠다는 기대가 한순간에 무너졌다.

추석 연휴에 이어 한글날 연휴까지, 2주 연속 휴일이 이어졌고 비슷한 시기 부산국제영화제도 열리면서 영화에 대한 이슈가 넘쳤다. 그럼에도 세 작품 모두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추석 연휴기간에 약 460만 명을 동원한 것에 비해 올해는 330만 명에 그친 것으로 파악된다.

◇‘천박사’마저 손익분기점 위기 “박스오피스 줄곧 1위였는데”

손익분기점 450만 명으로 알려진 영화 ‘1947 보스톤’은 지난 9일 기준 누적관객수 85만 여명을 기록했다. 손익분기점 약 200만 명인 ‘거미집’은 약 30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1947 보스톤’은 시대극에 강한 면모를 보인 강제규 감독의 신작으로 배우 하정우와 임시완이 주연으로 나섰다. ‘거미집’은 스타일리시한 블랙코미디에 일가견이 있는 김지운 감독의 영화로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등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한다.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받아 약 12분간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평단의 호평과 달리 두 작품의 성적은 아쉽기만 하다. 특히 ‘거미집’의 주연배우 송강호가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호스트를 맡는 등 영화 홍보를 위해 전면에 나섰음에도 이같은 성적표를 받았다는 점에서 충격이 상당하다. 김지운 감독의 흑역사로 꼽히는 ‘인랑’도 89만 관객을 동원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참담한 수준이다.

추석 연휴 내내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이하 ‘천박사’)만이 손익분기점을 향해 달리는 모양새다. 현재 누적관객수 170만 명인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250만 명이다.

CJ ENM 관계자는 “해외여행을 많이 가 공백이 있을 건 예상했지만, 극장 사이즈가 이렇게 줄어들 줄은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해외여행객 73만명 공백, 영화를 감상하지 않는 문화도 생겨

“이번 추석 스코어는 정말 충격이 큽니다. 내부적으로 정말 다 놀랐어요. 호재도 많았고, 구색도 좋았는데 이렇게까지 안 될 일인가 싶어요.”

이 말을 뱉은 영화관 관계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이번 추석은 기존 한국영화계의 흥행 공식이 깨진 시기다. 일반적으로 명절에는 가족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가벼운 소재의 코믹물이나 감동적인 가족 영화가 사랑받았지만 올해는 예상과 달랐다.

배급사들은 황금연휴가 오히려 독이 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너무 긴 연휴다 보니 영화 외에도 선택지가 많아, 가성비가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된 영화 관람이 뒤로 밀려난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실제로 지난 9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추석 연휴가 있던 9월 27일부터 10월 3일까지 국제선 여객 수는 약 73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추석 연휴기간의 수치(71만)를 넘어선 기록이다.

또 하나는 영화를 대하는 태도가 바뀐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예전만 해도 영화를 느끼고 고민하고 생각하는 등 감상하는 관객이 많았다면, 이제는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대략적인 정보만 습득하는 관객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튜브가 콘텐츠를 소비하는 주요 플랫폼으로 부상하면서 생겨난 문화다.

한 영화 배급사 관계자는 “대체로 유튜브 요약본을 보고 해당 작품의 정보만 습득하고 학습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소비하는 느낌이다”며 “이슈가 된 콘텐츠만 관심을 갖고, 대화 소재가 되지 못한 영화는 굳이 보지 않는 경향이 생긴 것 같다. 그래서 굳이 영화관을 찾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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