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울산=김용일기자] “창단 첫 2연패의 주인공은 내가 아닌 선수.”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은 29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35라운드(파이널A 2차전) 대구FC와 홈경기에서 2-0 완승, K리그1 조기 우승을 확정한 뒤 말했다.

승점 70(21승7무7패) 고지를 밟은 울산은 2위 포항 스틸러스(승점 60)와 승점 차를 10으로 벌리면서 잔여 3경기 결과와 관계 없이 올 시즌 K리그1 우승을 확정했다. 구단 역사상 첫 2연패다.

이전까지 리그 3경기 무득점, 무승(2무1패)으로 주춤하던 울산은 주중(24일) 조호르(말레이시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경기에서 3-1 완승하며 분위기를 반전했다.

울산은 이날 대구의 파이브백에 고전했지만 홍 감독의 용병술이 제대로 들어맞았다. 후반 19분 중원의 김성준 대신 공격 성향이 짙은 김민혁을 투입했는데, 4분 뒤 아타루의 크로스를 헤더 선제골로 연결했다. 홍 감독은 후반 40분엔 주민규, 장시영, 이규성을 동시에 교체로 투입했다. 정확히 4분 뒤 또다시 합작품이 터졌다. 주민규의 침투 패스를 장시영이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에서 벼락 같은 슛으로 대구에 KO 펀치를 날렸다.

울산은 통산 4회 우승(1996 2005 2022 2023) 기록을 썼다. 최다 우승 부문에서 수원 삼성, 부산 아이파크와 역대 다섯 번째 해당한다. 1위는 9회 우승의 전북 현대다. 또 지난해 17년 만의 울산 리그 우승을 지휘한 홍 감독은 고 박종환, 김호, 차경복, 최강희, 조세 모라이스 감독에 이어 역대 6번째 리그 2연패를 달성한 사령탑이 됐다.

다음은 홍 감독과 일문일답

- 우승 소감은.

아주 기쁘다. 우승 결정을 홈 팬 앞에서 하게 돼 더욱더 기쁘다. 선수들과 이번 경기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는 한주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우리 선수들이 잘 따라줬다. 우리 선수들이 후반기 들어와서 마음고생했는데 이 경기로 남은 시즌을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임했으면 한다. 팬과 선수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 지난 시즌과 올 시즌 우승의 감정 차이는?

우승이라는 게 할 때마다 좋은 것이지 않느냐. 지난해엔 17년 만에 우승을 꼭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다. 올해는 시작이 굉장히 좋았지만 마지막이 좋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마지막 결정을 냈지만 그 과정에 조금 아쉬움이 있다. 그것도 이 팀이 성장하는 데 중요한 포인트다. 만약 무너졌으면 예전 울산의 모습이 나왔을텐데 무너지지 않고 어느 해보다 빠르게 우승을 결정했다. 어디든 인생의 축소판이나, 우리 역시 올 한 해 경기장 안팎에서 여러 이슈가 있었다. 그런데서 많은 것을 배운 한 해였다.

- 터닝 포인트가 있었다면?

솔직히 터닝포인트는 없었다. 그만큼 (후반기에) 썩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다만 (정규)리그를 마치고 파이널A 대진표가 나왔을 때 2경기 안에 승부를 내려고 했다. 현실로 이뤄졌다. 터닝 포인트를 꼽자면 주중(24일) 조호르와 (ACL)경기다. 선수에게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회복할 경기가 됐다.

- 교체로 들어간 선수들이 득점에 가세했는데.

전반 이후 후반에 득점을 할 수 있다고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줬다. 그런 경기를 충분히 해왔다. 후반에 결정지으리라고 봤다. 새로 들어간 선수들이 득점한 건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다. 그들에게도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다.

- 홍명보의 10년 주기설을 1년으로 단축했는데.

개인적으로 지도자 커리어를 늘 중요하게 여긴 건 아니다. 나와 같이 있는 사람들이 축구하면서 얼마나 즐겁게 하고, 성장하느냐가 관심사다. 그저 좋은 것은 우리 홈에서 팬 앞에서 우승결정했다는 것이다.

- 울산이 처음으로 한 시즌 30만 관중을 달성했는데.

우리 선수들이 좋을 때나, 좋지 않을 때나 팬의 응원은 선수단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가끔 쓴소리도 할 수 있지만 그런 것을 새기면서 나태해지지 않아야 한다. 팬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연구도 해야 한다. 그런 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점점 수도권 뿐 아니라 문수경기장에 팬이 많아지는 것을 두고 개인적으로 자부심을 느낀다. 큰 에너지가 이곳에 들어온 것 같다.

- 울산 창단 첫 2연패여서 의미가 있는데.

내가 주인공은 아니고 우리 선수들이 주인공이다. 감독으로 팀을 이끌면서 어려운 점도 많이 있고 힘들 때도 있다. 결과적으로 우승이라는 것을 획득해서 전부 해피엔딩으로 끝나 좋다. 이 우승 주인공은 선수들이다.

- K리그 역사상 3연패 감독이 두 명이다. 내년에 도전하려면?

시즌이 한 달 반이나 남았다. 빠른 얘기다. 1년간 오면서 좋았을 때, 좋지 않을 때 무엇이 있었는지 고려해야 한다. 지난해보다 올해가 조금 더 발전됐다고 믿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올해 우리가 1년간 해온 것을 조금 잘 리뷰해서 내년에 어떤 팀으로 갈지 시간이 있을 때 생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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