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도쿄=김동영기자] “2025년이 국제대회가 없더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이 마무리됐다. 아쉬운 준우승이다. 결승에서 일본과 대등하게 싸웠다. 얻은 것이 있다. 과제는 ‘이후’다. 국제대회가 주는 힘을 확인했다. 꾸준히 나가야 한다.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해야 한다.

한국은 19일 일본 도쿄의 도쿄돔에서 열린 APBC 2023 결승전 일본과 경기에서 연장 승부치기 접전 끝에 3-4로 졌다.

대등한 경기를 했고, 치열한 경기를 펼쳤다. 3회초 노시환의 2타점 2루타를 통해 2-0으로 앞섰다. 5회말 마키 슈고에게 솔로포를 맞았고, 6회말 사토 데루아키에게 희생플라이를 줬다. 2-2 동점.

10회초 윤동희의 적시타가 터지며 3-2로 리드했다. 그러나 10회말 사카쿠라 쇼고에게 동점 희생플라이를, 가도와키 마코토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으며 그대로 졌다.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준우승이다.

결과와 별개로 내용은 분명 좋았다. 최근 몇 년간 일본과 격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일본은 2020 도쿄 올림픽 우승,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우승 등 굵직한 성과를 냈다.

반대로 한국은 WBC 3연속 1라운드 탈락에 도쿄 올림픽 노메달 등 수모를 당했다. ‘참사’라 했다. ‘대등하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벌어지고 말았다‘는 자조적인 평가가 나왔다.

‘리셋’ 버튼을 눌렀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부터 젊은 선수 위주로 대표팀을 꾸렸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성과를 냈다. ‘역대 최약체’라 했는데 당당히 정상에 섰다.

그 기세를 이번 APBC로 이어가고자 했다. 결과적으로 우승까지 가지는 못했다. 대신 ‘성장’했음을 확인했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었고, 이는 기량 향상으로 이어졌다.

일본의 젊은 세대와 붙어 미릴지 않았다. 1-2로 패했고, 3-4로 졌다. ‘한 끗’ 부족했다. ‘조금만 더하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류중일 감독은 결승전을 마친 후 “경기 내용이 너무 좋았다. 일본 야구와 한국 야구의 격차가 벌어졌다고 생각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조금만 더 열심히 하고, 기본만 지키면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짚었다.

이어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 선수들이 한 단계 성숙해졌다고 생각한다. 프리미어12가 있다. 지금 멤버에서 거의 다 나오지 않을까 싶다.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 더 좋은 경기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2024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가 열린다. 당연히 이 대회에도 참가한다. 2026년에는 WBC가 있다. 반드시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할 대회다. 또한 2028년이면 LA 올림픽이 또 있다. 야구가 부활한다.

꾸준히 국제대회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꾸준히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 국가대표팀 운영에도 꾸준함이 필요하다. 류중일 감독이 대회 전부터 계속 이 점을 강조했다.

류중일 감독은 “우리도 일본처럼 수시로 모여야 한다. 전임감독제가 된다면, 자주 모여서 훈련하고, 경기도 했으면 한다. 이번 대회의 경우 일본 선수들이 잘하지 않나. 우리 선수들이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된다. 자꾸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대표팀을 보면, 항저우에 다녀왔던 선수들이 절반이다. 이들은 금방 적응했다. 처음 온 친구들은 어색함이 있었다. 금방 풀렸지만, 자주 모이면 이런 일도 없다. 국제대회를 통해 선수들이 성장한 것이 보이지 않나”고 덧붙였다.

다른 이야기도 했다. “프리미어12, WBC 등이 계속 이어지는데 2025년만 대회가 없더라. 우리가 하나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대표팀을 꾸려서 호주로 넘어가는 방법도 있지 않겠나. 해외 팀을 초청할 수도 있는 부분 아닐까 싶다”고 짚었다.

KBO 관계자도 긍정적으로 봤다. 과거 고척스카이돔 개장 당시 쿠바 대표팀을 초청해 ‘슈퍼시리즈’를 치르기도 했다. 핵심은 꾸준히 모이고, 꾸준히 겨뤄봐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 야구는 세대교체 과정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젊은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렸다. 물음표가 꽤 많이 붙었지만, 결과는 금메달이었다.

APBC는 애초에 나이 및 경력 제한이 있는 대회다. 역시 젊은 선수들이 갔다. 일본과 대등한 경기를 했다. 우승 일보직전에서 물러났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일본 이바타 히로카즈 감독은 “노시환은 일본에서도 톱 클래스다. 김형준 포수도 포구와 송구가 너무 훌륭했다. 우리 도루가 계속 실패했다”고 했다. 류중일 감독은 “김형준은 진짜 국가대표 포수 하나 나온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국제대회 효과를 체감했다. KBO리그도 충분히 좋은 리그다. 여기서 성장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도 있다. 여러 나라의 야구를 몸으로 체험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본의 경우 ‘사무라이 재팬’을 아예 상표로 등록했다. 운영하는 회사도 있다. 틈만 나면 모인다. 그렇게 경쟁력을 유지한다. 올림픽, WBC 등에서 우승을 차지한 비결이다.

우리도 준비해야 한다. KBO리그 구단들에게 마냥 반가운 일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필요하다면 대승적 차원에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선수의 성장은 곧 구단의 성적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