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아나(Rihanna) ‘We found love’

전 세계 상용차 약 8000만대 가운데 10%인 802만대가 전기차인 시대를 맞이했다. 2030년대 1억3000만대 가운데 절반 가까운 6130만대를 전기차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제 내연기관 시대가 저물고 있다. 스포츠서울은 국내 출시된 친환경차(전기차·하이브리드)를 엄선해 성능과 가성비, 안정성 등을 비교·분석한 ‘가요’(Pop)로 ‘타는’ 시승기를 선보인다. 선정한 음악과 차량을 놓고 표현한 열두 번째 차는 벤츠 ‘AMG EQS’다. -편집자주-

[스포츠서울 | 원성윤기자] 올해 2월 열린 NFL(National Football League) 무대 가운데 가장 백미는 임신한 리아나(Rihanna)의 무대였다. 흰색 옷을 입은 100여명의 댄서와 붉은 색 옷을 입고 배가 나온 채로 자신의 퍼포먼스를 소화하는 모습은 리아나의 성숙미에 무대의 웅장함까지 더해 독특한 아우라를 자아냈다. 국내에선 화사가 이를 오마주한 것으로 ‘공연음란죄’에 해당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지만, 정작 미국에선 리아나가 보여준 품격에 역대 NFL 하프타임 쇼 가운데 최고였다는 찬사를 얻었다.

‘메르세데스-AMG EQS 53 4MATIC+’(이하 AMG EQS)는 고성능 브랜드 메르세데스-AMG가 선보이는 최초의 고성능 전기차로 최고의 찬사를 받아 마땅한 차다. 가격은 2억1600만원으로 벤츠 S클래스 기본 사양보다도 약2배 가량 높다. AMG 모델답게 최고 출력 484㎾및 최고 토크 950Nm의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100㎞/h까지 가속하는 제로백은 3.8초였지만, 체감은 그보다 더 빠르다.

지난달 23~24일 1박2일간 주행했으며 총 주행거리는 206㎞, 연비(전비)는 3.1㎞/㎾h로 공인연비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서울 중구 명동을 출발해 경기 양평, 여주, 남양주, 하남 등을 도는 코스로 6번 국도와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AMG EQS의 성능을 마음껏 경험했다.

◇ S클래스와 차별화 되는 AMG 특유의 날렵한 퍼포먼스

AMG EQS는 벤츠 최상위 전기 세단이다. 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내연기관차인 벤츠 S클래스와는 달리 진보적 럭셔리 디자인과 혁신적인 디지털 요소를 적용해 차별화 해 계속해서 라인업을 구축해 나갈 예정”이라며 “최고 수준의 안전 및 편의사양 등을 모두 포함하면서 그 위에 메르세데스-AMG만의 강력한 주행 성능과 독보적 감성을 추가로 탑재한 럭셔리 고성능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외관부터 S클래스와 차이가 난다. 디지털 라이트 헤드램프가 기본으로 장착된 차량 전면부는 AMG 전용 블랙 패널 그릴이 강렬함을 더했다. 그릴 측면에 AMG 레터링을 넣어 AMG 패밀리로서의 존재감도 부각했다. 공기역학 디자인에 최적화된 22인치 AMG 멀티스포크 경량 알로이 휠은 매트 블랙 컬러의 스포크와 고광택 림 테두리가 대비를 이뤄 다이내믹함과 럭셔리한 분위기를 동시에 선사한다. 레드 컬러의 브레이크 캘리퍼는 AMG의 독보적인 존재감을 강조한다.

AMG EQS에는 107.8㎾h 용량의 초경량 냉각식 리튬 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최대 397㎞를 주행할 수 있다. 내연기관 차가 1회 주유시 600~800㎞를 주행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400㎞ 남짓한 주행거리는 아쉽지만,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200~400㎞인 것을 고려하면 이 정도 수준도 준수한 편이다. 다만, AMG 감성을 느끼기 위해 스포츠+ 모드로 가속 주행을 계속하다 보면 배터리 용량이 빠르게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출시되는 벤츠 럭셔리 전기차 모델에는 최대 9도의 조향각을 지원하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rear-axle steering)이 장착돼 있다. 이는 회전반경이 소형차 수준인 11.5m로 줄어들어, 대형 세단임에도 민첩하고 안정적인 조향이 가능하다. 특히 에어메틱 서스펜션은 고속주행에도 도로 위의 요철 등을 넘어갈 때의 충격이 최소화해 극강의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어댑티브 댐핑 시스템이 각 휠을 개별적으로 통제하고, 레벨 제어 시스템의 정교한 센서를 통해 주행 속도에 따라 에어 서스펜션을 조절한다”고 덧붙였다.

실내에도 AMG의 감성을 녹여냈다. AMG 퍼포먼스 D컷의 스티어링 휠과 나파 가죽 시트는 스포티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센터콘솔에는 AMG 카본 파이버 트림이 적용됐다. 센터 콘솔에 위치한 일체형 와이드 스크린 형태의 계기판 패널인 ‘MBUX 하이퍼스크린’은 운전을 하면서도 직관적으로 차량을 컨트롤 할 수 있도록 계기판을 통해 디테일한 정보를 살펴볼 수 있다.

◇ 두 줄짜리 벤츠 스티어링 휠…“너무 많은 것은 없는 것과 같다”

문제는 스티어링 휠(핸들)에 너무 많은 기능을 넣어놨다는 점이다. 수년 전 벤츠 오너였던 기자도 한줄 짜리 벤츠 핸들에 익숙해지는 데 제법 시간이 걸렸던 것을 기억한다. 두 둘 짜리 총 4개 섹터에 달하는 핸들의 많은 기능을 운전하면서 빠른 시간 안에 익히는 것은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 자칫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다. 음악, 연비, 자율주행, 주행모드 변경, 볼륨, 전화, 음성인식, 회생제동 패드시프트 등의 기능을 핸들에 모두 녹였다. 욕심이다.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자신의 필생의 업적이었던 ‘아이폰’을 탄생시키는 데 있어 인도여행에서 ‘선종’에 영향을 받았다. 불필요한 것을 배제하고 간소화하는 선종의 철학을 제품에 그대로 담았다. ‘너무 많은 것은 없는 것과 같다’는 명제를 벤츠가 명심해야 할 때가 온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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