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타이베이=김동영 기자] 전날 만루포에 울었다. 그 눈물을 만루포로 닦았다. 김도영(21·KIA)이 시원하게 터뜨렸다.

김도영은 14일 대만 타이베이 톈무구장에서 열린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B조 대만 라운드 2차전 쿠바전에서 2회말 좌월 그랜드슬램을 작렬했다.

이날 쿠바 선발이 리반 모이넬로다. 소프트뱅크에서 뛰며 2024시즌 11승에 평균자책점 1.88을 찍은 왼손 특급이다. 리그 평균자책점 1위 투수. 대표팀으로서는 최악의 상대를 만난 셈이다.

그러나 경기 초반 모이넬로를 압도하고 있다. 1회말부터 득점권 찬스를 잡았다. 후속타 불발로 득점은 실패. 대신 2회말 활활 타올랐다.

2사 후 문보경이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치고 나갔다. 박성한이 좌측 안타를 더했다. 1,3루 기회. 다음 최원준 타석에서 박성한이 2루를 훔쳐 2,3루가 됐다. 최원준이 유격수 왼쪽 내야안타를 쳤다. 3루 주자가 득점하며 1-0이 됐다.

다음 홍창기 타석에서 최원준이 다시 2루를 훔쳤다. 2사 2,3루다. 그리고 홍창기가 볼넷을 골라 2사 만루가 됐다. 이어 신민재가 밀어내기 몸에 맞는 공을 기록하며 2-0이 됐다.

그리고 김도영이다. 상대 모이넬로의 초구를 그대로 받아쳤다. 높은 코스 실투가 들어왔고, 김도영이 놓치지 않았다. 타구는 훨훨 날아 왼쪽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순식간에 6-0으로 앞섰다.

전날 대만전에서도 2루타를 한 방 때렸고, 볼넷 출루 후 2루를 훔쳤다. 좋은 타격감을 보였다. 이날은 아예 홈런을 날렸다. 그것도 만루포다. 한국을 승리로 이끌 가능성을 한껏 키우는 한 방이다.

묘한 기시감이 든다. 전날 2회말 대만 천천웨이에게 만루 홈런을 맞았다. 이후 천제시엔에게 투런 홈런을 다시 허용했다. 고영표가 무너졌다. 한국 타자들은 제대로 추격하지 못했다.

하루가 지났다. 감을 잡은 것일까. 문보경이 장타를 터뜨렸고, 홍창기 눈야구는 여전하다. 박성한과 최원준은 왼손 투수를 상대로 거침없이 2루를 훔쳤다.

그리고 김도영이 만루 홈런으로 화려하게 터뜨렸다. 여러모로 기분 좋은 2회다. 쿠바는 3회말 수비에서 모이넬로를 내렸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