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샐러리캡 앞에서는 모두가 작아진다. 프리에이전트(FA) 영입이 특히 그렇다. 샐러리캡 기준선을 넘으면 영입 불가다. 2020년 1월 이사회 당시 전력 불균형 해소와 선수 권익 향상을 목표로 FA 등급제와 샐러리캡 제도를 만들었는데 늘 그렇듯 모두가 혜택을 누리지는 못한다. 여전히 부익부 빈익빈, 더불어 미아까지 발생할 수 있는 FA 시장이다.

전력 구상 막바지 단계다. 연봉 협상을 마친 구단이 하나둘 나온다. 시기상 스프링캠프까지 보름도 남지 않았다. 주말에는 먼저 캠프를 떠나는 선발대도 있다. 자연스럽게 FA 시장도 폐장 분위기다. 그런데 여전히 시장에 선수가 있다.

FA 시장에 나온 19명 중 6명이 아직 미계약이다. 김재윤, 함덕주와 함께 불펜 빅3로 꼽혔던 홍건희(32). KT에서 필승조로 활약해온 주권(29)이 전성기를 누릴 수 있는 투수 임에도 유니폼이 결정되지 않았다. 베테랑 오승환(42), 김민성(36), 김민식(35), 강한울(33)까지 계약을 매듭짓지 못했다.

FA 등급만 보면 벽이 높지 않다. 주권과 홍건희만 A등급. 김민성은 B등급이며 오승환, 김민식, 강한울은 C등급이다. 6명 중 3명이 이적 시 보상선수가 발생하지 않는데 시장은 마냥 멈춰있다. FA 등급제를 결정한 시점에서는 베테랑 혹은 중소형 FA의 활발한 이동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번 겨울은 등급제 이전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럴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구단이 샐러리캡과 마주했다. 10구단 중 샐러리캡에 자유로운 구단은 키움뿐이다. 키움은 2023시즌 상위 40인 연봉 총액 64억5200만원을 기록했다. 샐러리캡 기준선인 114억2638만원까지 49억7438만원의 여유가 있다.

키움 외에는 기준선이 눈앞이다. 2023시즌 6팀이 100억원을 넘겼고 2024시즌에는 8팀이 100억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겨울 FA 시장에서 굵직한 움직임이 없는 KT 또한 토종 에이스 고영표와 비FA 다년계약을 논의 중이다. KT가 고영표와 총액 100억원 가량의 다년계약을 맺고, 다년계약 발효 시점이 2024시즌이라면 KT의 연봉 규모 또한 껑충 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로 쥐어짜듯 팀을 운영한다. 오버페이를 극도로 경계하는데 그 대상이 베테랑 FA로 향한다. 한 에이전트는 “선수가 양보해서 가격을 낮춰도 구단이 제시한 금액이 더 낮다. 샐러리캡 때문에 그렇다고 하면 한탄만 하다가 대화가 끝난다”고 현재 시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그만큼 샐러리캡 초과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크다. 발표부터 그랬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샐러리캡 시행을 발표하면서 “기준선을 넘은 구단에 제재금을 부과한다”고 명시했다. 모그룹 의존도가 높은 야구단이 제재금까지 내면서 구단을 운영하기는 쉽지 않다. 우승 정도의 대업이 아니면 명분이 서질 않는다.

한 구단 단장은 “KBO에서 단어 선택을 잘못했다고 본다. 미국 프로 스포츠를 참고해 샐러리캡을 만든 것 아닌가. 미국 스포츠에서는 제재금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보통 사치세라는 단어를 쓴다”며 “제재금은 규정을 어겼을 때 쓰는 단어다. 모그룹 입장에서 야구단이 제재금까지 내면서 운영하는 것을 좋게 볼 리가 없다. 제재금이 아닌 사치세 혹은 발전 기금으로 단어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총재님께도 이 부분을 말씀드렸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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