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시청률 하락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는 프로그램의 폐지를 결정하는 것이 방송사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여러 회차에서 감동과 메시지를 전달하며 순기능을 냈던 프로그램이 폐지한다는 소식에 시청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SBS는 최근 장수 시사교양 프로그램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이하 ‘세상에 이런일이’)’ 폐지를 검토 중이다. 사측은 프로그램이 오래된 인상을 주고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한 때 폐지를 결정했다 시사교양국 PD들의 반발에 따라 시간대 변경 등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상에 이런 일이’의 시청률은 최근 2%대를 기록 중이며 올해 최고치는 3.4%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청자들은 “폐지할 프로그램은 따로있다”, “온 가족이 모여서 보던 프로그램이고 지금도 혼자 시청하는 추억의 프로그램이다”, “오래된 느낌이 들면 조금 다듬으면 된다” 등의 반응이 쏟아내고 있다.
1998년 5월 첫 방송된 ‘세상에 이런 일이’는 제목처럼 신기한 사람이나 사건을 소개해 웃음과 감동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는 그동안 방송의 순기능이 제대로 작용한 사례를 여러 차례 보여왔다. 지난 2016년에는 신경섬유종을 앓고 있어 바깥출입이 어렵고 위험성이 있는 수술할 형편이 안 되는 심 씨의 사례가 단적인 예다. ㄴ
심 씨는 이목구비가 구분되지 않고 음식을 먹지 못할 정도로 피부가 늘어져 있었고 그의 어머니도 심각한 피부질환을 앓고 있었다. 제작진은 방송 직후 SBS 나노펀딩과 밀알복지재단, 네이버 해피빈이 함께 하는 후원 계좌를 공개하며 온정의 손길을 부탁했다. 하루 동안 심 씨에게 4억 2721만원의 후원금이 마련됐다. 애초 3,000만원이 목표였지만 이를 훌쩍 넘어 방송 이틀 만에 4억원을 돌파했다.
KBS2 예능 프로그램도 비슷한 상황이다. 앞서 KBS 측은 ‘옥탑방의 문제아들(이하 ‘옥문아’)’과 ‘홍김동전’ 또한 폐지를 확정했다. ‘홍김동전’의 경우 반대 청원과 폐지 반대 트럭 시위까지 이어졌음에도 폐지 결정은 철회되지 않았다.
‘옥문아’의 경우 송은이, 김숙, 김종국, 정형돈, 민경훈과 출연자가 상식 문제를 푸는 퀴즈 프로그램이다. 퀴즈들은 주로 여러 분야의 단편적이고 잡다한 내용들로 이뤄져 있어, 알아두면 좋은 내용은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유익함을 제공했다는 평을 받는다.
‘옥문아’는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프로그램 포맷을 캐릭터의 매력으로 잘 살렸다. 민경훈은 독특한 발상이 돋보이는 추리력으로 ‘창의력 대장’이란 별명을 얻었고 김용만은 슬럼프를 겪을 당시 ‘삼푼이 형’이라고 불렸다.
송은이는 에이스의 면모를 보이는 덕에 우등반 반장, 음악 문제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 송크박스라는 별명을 얻으며 팬층을 만들어 나갔다.
구개념 예능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홍김동전’은 일본군 ‘위안부’ 사실을 최초 증언한 피해자인 김학순 할머니, 순직한 고 유재국 경위 등 묵직한 주제로 울림을 줬다. 또 공군 고 박명렬 소령과 고 박인철 중위 부자 등 숨겨진 영웅을 다루며 선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호평받기도 했다.
‘홍김동전’은 OTT 웨이브에서 상위권을 달리며 2030 팬층도 확보했지만, 연일 1%대 시청률을 기록해 결국 폐지됐다.
폐지 소식에 네티즌들은 “시간대를 옮겨서 방송하면 시청률이 올라갈 것이다”, “재밌게 보고 있는 프로그램을 왜 폐지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예능도 필요하다” 등의 반응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다양한 시청층이 OTT나 유튜브로 넘어가고 있어 시청률이 자연스럽게 하락하는 상황이다. 그 결과 방송사 제작 환경이 열악해지고 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 대해서 가지치기를 하며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는 시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치 못한 자구책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수요가 충족되지 않고 있다. 장기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내용이 방송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