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모두 KIA 단장을 부러워한다.”

몇 년 전 얘기다. 야구인이 한자리에 모여 KIA를 향해 부러운 시선을 보냈다. 모그룹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야구단인데 상대적으로 KIA가 영향을 덜 받는다는 것이었다.

보통은 늘 대표이사가 야구장으로 출근한다. 그런데 KIA는 대표이사의 광주-KIA 챔피언스필드 출근이 유동적이다. KIA 구단 관계자는 “최준영 대표이사는 시즌 중 한 달에 두세 번가량 챔피언스필드를 찾는다”고 귀띔했다. 즉 시즌 중 대부분 기간을 단장이 책임자 구실을 한다는 의미다.

의혹이 향하는 지점이다. 검찰은 29일 배임수재 혐의로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감독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사 시작은 지난겨울 프리에이전트(FA) 박동원과 협상 과정에서 나온 뒷돈 요구였다. 그런데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선수 영입과 무관한 배임 의혹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이사와 모그룹의 시야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게 이번 사건과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단장이 선수단 운영부터 마케팅까지 전권을 휘두르지는 않는다. 야구인 단장이 대세가 되면서 단장은 선수단 운영에 집중한다. 모그룹에서 사업 담당 혹은 마케팅팀장이 야구단에 자리해 마케팅을 담당한다.

과거 모그룹 임원이 야구 단장을 역임할 때는 선수단 운영부터 마케팅 영역을 도맡았다. 이제는 선수단 운영과 마케팅을 이원화하는 게 일반적이다. KIA도 그렇다. 선수단 운영을 지휘하는 단장과 마케팅을 지휘하는 지원실장이 있다.

KIA 구단이 물음표를 던지는 부분도 여기에 있다. KIA 구단 관계자는 “선수 영입이 아닌 스폰서십 계약과 같은 마케팅 분야는 단장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조직 구조상 불가능하다. 소개를 해줄 수는 있다. 그렇다고 이에 따른 금전적 이득은 전혀 없다”며 배임 의혹에 대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수사 중이며, 무혐의 판정을 받을 수 있다. 재판을 통해 무죄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그래도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하다. KIA 구단과 모그룹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프로야구 역사에서 감독이 임기 중 금품수수나 배임으로 해임된 적은 없었다. 아마추어 야구에서는 적지 않은 일이지만 프로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장 전 단장과 김 감독 모두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임됐다. 2021년 겨울 KIA는 모그룹이 주관해 단장·감독 면접을 진행했다. 야구계 유명 인사가 하나둘 면접에 임했는데 면접 강도가 매우 높았다는 후문이다. 보통의 압박 면접 이상이었다며 혀를 내두르는 야구인도 있다.

단장은 야구단 프런트를 대표한다. 감독은 선수단 얼굴 구실을 한다. 지난해 4월 충격으로 다가왔던 장 전 단장 파문이 이어지고 있다. 새 시즌을 준비하는 캠프가 눈앞인데 사령탑 없이 출발선에 서는 KIA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