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 기자] ‘제66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K팝이 자취를 감췄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해 스트레이 키즈, 뉴진스 등 K팝 그룹 노미네이트가 불발되면서 올해는 K팝 없는 ‘그래미 어워즈’가 될 예정이다.
4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제 66회 그래미 어워즈’(이하 그래미)가 개최된다. 국내에서 엠넷을 통해 국내에도 생중계된다.
그래미는 전세계 대중음악 시상식 중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빌보드 뮤직 어워즈’와 함께 미국 내 3대 음악 시상식으로 손꼽힌다. 방탄소년단이 K팝 가수 최초로 3년 연속 그래미 후보로 지명됐으나 수상엔 실패했다.
멤버들의 순차적인 군 복무로 그룹활동 공백기가 생긴 가운데, 방탄소년단 일부 멤버들의 솔로 앨범들과 스트레이 키즈,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피프티 피프티, 트와이스 등 많은 K팝 가수가 출품작을 보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발표된 후보 명단에 단 한 팀도 그래미의 철옹성을 뚫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탄소년단 지민과 정국이 올해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인 ‘핫100’에서 각각 ‘라이크 크레이지’와 ‘세븐’으로 1위를 차지해 후보로 점쳐졌으나 결국 최종 명단에 포함되지 못해 아쉬움을 안겼다. 북미시장에서 고무적인 성과를 거둔 블랙핑크, 세븐틴, 스트레이 키즈, 뉴진스, 피프티 피프티 등도 모두 후보로 지명되지 못했다.
이를 두고 USA투데이 등 현지 매체들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그래미의 보수성을 지적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그래미 후보 지명 불발이 지난해부터 대두되어온 K팝 위기론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2023년 K팝 음반 판매량은 1억장을 돌파하며 연간 판매량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업계에선 역설적으로 K팝 위기론이 나왔다. K팝의 선봉에 선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말처럼, K팝의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며 확장성이 한계에 달했다는 시선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음악 자체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래미는 ‘백색그래미’라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미국 내에서도 보수적인 시상식으로 꼽혔다. 차트나 투표로 선정하는 타 시상식들과 달리 심사위원들이 음악성과 작품성을 평가했다. 선정위원이 보수적인 40대이상 백인 남성으로 이뤄져 영어권 중심의 백인 남성 가수 위주로 수상자를 선정했다는 비판을 받곤 했다.
이에 그래미는 재작년부터 비백인, 여성, 아시안, 젊은 심사위원을 늘리면서 다양성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실제로 최근 몇년간 ‘그래미 어워즈’에서 유색인종과 여성 아티스트의 수상이 대폭 늘었다.이러한 변화에도 K팝이 그래미의 철옹성을 넘지 못했다는 점은 국내 가요계에 숙제를 남겼다는 지적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이번 그래미 결과는 영미권 평단을 만족시킬 만한 K팝 음악의 예술성이 그만큼 부족했다는 걸 의미한다. 꼭 영미권 기준에 K팝을 맞출 필요는 없지만, K팝 전성기라 칭하는 시점에서 그래미에 한 후보도 오르지 못했다는 건 아직 K팝이 그래미에 균열을 일으킬 정도의 새로운 음악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래미는 테일러 스위프트처럼 자작곡을 만드는 싱어송라이터에게 높은 점수를 준다. 비슷한 스타일을 양산하는 걸 넘어서 각 그룹만의 색을 명확히 찾는 등 아이돌 음악이라고 하더라도 질적인 성장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엠넷은 올해 유영석, 신아영, 김영대 중계로 ‘제 66회 그래미 어워즈’ 현장의 열기를 전할 예정이다.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등 9개 부문에서 최다 노미네이트된 싱어송라이터 시저를 비롯해, 빅토리아 모넷, 존 바티스트, 보이지니어스, 빌리 아일리시, 올리비아 로드리고, 테일러 스위프트 등 쟁쟁한 아티스트들이 주요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jayee21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