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스코츠데일=윤세호 기자] 만족은 없다. 통합 우승을 차지한 지난해 팀 타율(0.279)과 팀 OPS(0.755)에서 두루 1위에 올랐다. 올해도 베스트9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는데 사령탑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 2024시즌 LG 야구의 키워드는 빠르고 폭발적인 하이브리드 뻥야구다.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가 막바지로 향한다. 이제부터는 실전이다. 오는 25일 청백전을 시작으로 27일 NC전, 29일 청백전, 그리고 30일 NC전까지 총 네 차례 실전에 임한다. 캠프 훈련 또한 실전에 맞춰 라이브 피칭과 리이브 배팅을 진행하고 있다.

중간 평가는 만점. 염경엽 감독은 “베테랑들이 비시즌에 준비를 정말 잘했다. (김)현수, (박)해민이, (오)지환이, (박)동원이 등 겨울에 얼마나 준비를 잘했는지 캠프 첫날부터 보였다”며 “오스틴도 좋다. 작년 캠프에서 처음 봤을 때보다 훨씬 준비가 잘 됐다. 스스로 야구에 대한 재미와 동기부여를 찾았다고 하더라. 올해도 잘할 것 같다”고 밝혔다.

훈련 모습만 봐도 그렇다. 라인업에서 상위 타순과 중심 타순에 자리하는 이들이 각자의 방향성에 맞는 타구를 만든다. 박동원은 좌중간 펜스를 크게 넘기는 타구를 연속으로 터뜨리다가 우측으로도 큰 타구를 날리며 ‘진화’를 예고했다.

박동원은 “비시즌 동안 내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훈련했다. 이전보다 짧고 정확하게 치는 데에 중점을 뒀다”며 “지금 내가 신경 쓰는 것은 우측으로 향하는 타구의 질이다. 좌측은 안 본다. 맞히는 순간과 우측 타구만 신경 쓴다”고 밝혔다.

사령탑의 주문도 있었다. 염 감독은 베테랑 타자 4명에게 새해를 맞아 맞춤형 목표를 설정했다. 김현수는 타율 0.330 이상, 오지환은 타율 0.300에 30홈런, 박해민은 타율 0.300 이상, 박동원은 타율 0.280 30홈런 이상이다. 이들은 문자 혹은 전화로 사령탑으로부터 목표를 전달받았다.

물론 모든 게 계획대로 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넷 중 두 명만 염 감독이 세운 목표에 근접하면 작년보다 강한 타순이 된다. 염 감독은 “현수, 지환이, 동원이, 그리고 오스틴이 100홈런 정도는 합작할 것으로 본다”며 “베이스가 커졌고 후반기부터 피치 클락과 견제 제한도 할 예정이다. 도루도 늘 것으로 본다. 아마 40개 정도는 자연스럽게 증가하지 않을까. 작년보다 도루 시도를 줄여도 성공률을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3시즌 LG는 팀 홈런 93개(6위), 팀 도루 166개(1위)에 올랐다. 홈런은 2022시즌 118개보다 25개 줄었다. 도루는 성공률이 62.1%에 불과했다. 그래서 만족하지 못한다. 팀 구성상 더 많은 홈런을 기록할 수 있고, 도루 성공률도 더 올릴 수 있다는 게 사령탑의 판단이다. 2022년보다 홈런이 크게 줄어든 오지환과 김현수가 사령탑 주문에 응답하면 홈런은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염 감독은 “넓은 잠실구장에서는 많이 뛰면서 점수를 뽑고 원정에서는 홈런으로 점수를 뽑고 싶다. 사실 작년에도 이런 야구를 하고 싶었는데 안 되다가 한국시리즈에서 됐다”며 많은 도루 속에서 장타도 뻥뻥 터지는 하이브리드 뻥야구를 바랐다.

이어 그는 “나는 우리 베테랑 선수들이 충분히 더 기량이 향상될 부분이 있다고 본다. 훈련하는 습관이 좋고 야구에 임하는 자세도 정말 좋다. 그래서 올해 기존 핵심 선수들의 성장을 목표로 삼았다. 젊은 선수 육성에 앞서 핵심 선수들이 성장하고 더 뛰어난 활약을 하면 젊은 선수들은 그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육성도 된다”고 설명했다.

캠프 내내 맹훈련이다. LG에서 처음으로 캠프에 임하는 최원태는 “예전부터 현수형에 대해 듣기는 했는데 생각한 것 이상이다. 정말 한순간도 빠지지 않고 훈련한다”며 “어디서 타격 훈련하는 소리가 들리면 꼭 현수형이 있다. 정말 대단하다. 이 형은 야구를 잘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혀를 내둘렀다.

전력 변화를 고려하면 해답이 될지도 모른다. 타선은 유지됐지만 마운드는 빈자리가 많다. 고우석이 빅리그에 진출했고 이정용은 상무에 입대했다. 정우영과 함덕주도 개막을 함께 맞이하지 못한다. 즉 마운드 공백을 작년보다 업그레이드된 타선으로 메운다는 계산이다.

염 감독은 “4월에서 5월 정도까지는 타선이 폭발하기를 기대한다. 5월까지 타선이 활발하게 돌아가 주면 그때부터는 마운드도 자리를 잡을 것 같다. 불펜에 경험이 적은 투수들이 많은데 타자들이 이기는 야구를 만들어주면 투수도 자신감을 얻고 마운드에 설 수 있다”고 시즌 초반 레이스를 구상했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