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누구보다 따뜻하게 ‘괜찮아?’라는 말을 건넨다. 낯선 공간, 낯선 분위기, 낯선 경쟁 속에서 내 혈육이 잘 지내고 있는지 걱정되는 마음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그 말부터 나온다.
이진주 PD가 맡은 JTBC ‘연애남매’는 전작 티빙 ‘환승연애’의 시트콤 버전으로만 느껴졌다. 내 동생이 혹은 누나가, 오빠가 연애하기 위해 진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 웃음이 터지는 묘한 재미만 가득할 줄 알았다. 친남매라고 하면 누구보다 더 강력한 적군이 돼 조롱과 험담에 앞장서는 존재 아닌가.
정작 그 모습은 세승과 재형에게서만 보일 뿐 용우-주연, 철현-초아, 정섭-윤하는 현실에서 실제 존재할 것이라 믿겨 지지 않는 끈끈한 우애가 있었다. 물론 세승과 재형 역시 서로에 대한 애틋함이 있지만, 다른 세 남매는 확실히 일반적인 남매와 결이 다르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오빠가 아빠 역할을 대신한 용우나,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가 오랫동안 암투병을 해 실질적 가장이었던 초아의 희생이 다른 결을 유지하게 되는 기반이다. 그래서 주연은 언제나 밝게 웃고 있고, 철현 역시 엉뚱하지만 순수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윤하가 남자 출연자들의 인기 투표에서 한 표도 받지 못하자, 섭섭함과 원망이 올라온 정섭 역시 일반적인 남매의 느낌은 아니다. 아마도 누구보다 살뜰히 동생을 챙긴 윤하의 성품 덕분 아닐까. 남매가 한 집에 모여 연애한다는 색다른 테마의 ‘연애남매’에는 평소 숨기고 살았던 남매의 진한 우애가 더 가득했다.
다른 사람들과 훈훈하게 어울리는 철현을 누구보다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초아의 미소나, 집에서나 밖에서나 어른스럽게 분위기를 주도하는 용우를 바라보는 주연의 환한 얼굴, “누나가 제일 예뻐”, “앉으면 내 동생이 제일 잘 생겼어”라고 말하는 정섭과 윤하의 모습도 이제껏 그 어떤 예능에서 볼 수 없었던 훈훈한 감정을 그려냈다. 그런 가운데 세승과 재형의 티키타카는 또 다른 숨통이 된다.
‘환승연애’ 시리즈에서 알 수 있듯 이진주 PD의 강점은 출연자들의 감정을 정확하게 포착하고, 그것을 느려도 깊이 있게 담아내는 데 있다. 전개가 다소 느린 듯 보이지만, 그 안에 꽉꽉 담긴 감정의 밀도가 결국 어떤 시점에 강력하게 터진다.
특히 용우가 제작진과 어린 시절과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하다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이나, 철현이 어머니와 다툰 사연을 이야기할 때는 도저히 눈물을 막을 수가 없다. ‘연애남매’는 눈물이 차오르는 순간부터 흐느끼는 장면까지, 한순간도 편집하지 않고 롱테이크로 담아냈다. 출연자가 얼마나 오랫동안 많은 것을 감내해가며 살아왔는지 시청자가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전달한 것이다.
이진주 PD는 JTBC 이직 후 8개월 이상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며 새 기획안을 짰다. ‘환승연애’의 틀을 어느 정도 비슷하게 가져온 ‘연애남매’지만, 이 PD는 자신이 잘하는 장기 안에서 새로운 감정을 찾을 수 있는 비틀기를 시도했고, 이는 방송이 시작하자마자 적중한 듯 보인다.
‘환승연애’로 티빙 신규유료가입견인 부문에서 대기록을 세운 이진주 PD의 ‘연애남매’는 웨이브에서 그 힘을 다시 발휘할 것으로 엿보인다. 실제로 ‘연애남매’는 K-콘텐츠 경쟁력 분석 전문 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펀덱스(FUNdex) 조사 결과, TV-OTT 통합 비드라마 부문 화제성 순위에서 연애 예능 프로그램 중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웨이브에서도 지난 8일 2회 공개 이후 1회 대비 주말 신규유료가입견인 지수가 약 3배 증가하며 대세 연애 리얼리티로 떠오르고 있다.
출연자들의 성품이나 매력이 워낙 좋을 뿐 아니라, 이들의 관계성도 정확히 설명됐고, 점차 연애의 감정이 싹틀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연애남매’의 상승세는 지속될 것 같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