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기다림은 길지 않았다. 당초 사령탑이 밝힌 계획은 일주일 훈련이었는데 이보다 빠르게 실전에 돌입한다. LG가 지난달 30일 트레이드로 영입한 우강훈(22)을 1군 엔트리에 넣었다.
LG는 2일 우강훈을 엔트리에 등록했다. 전날 백승현이 엔트리에서 제외됐는데 백승현이 빠진 자리에 우강훈이 들어갔다.
백승현이 맡았던 필승조 임무를 우강훈이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염경엽 감독은 신예 기용에 있어 과정을 중시한다. 점수차가 큰 상황을 시작으로 조금씩 난이도를 높이면서 자신감도 높인다. 지난해 새로 구축한 필승조 삼총사도 같은 과정을 거쳤다. 유영찬 백승현 박명근 모두 시즌 시작점부터 필승조는 아니었다. 우강훈이 LG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서는 순간도 점수차가 나는 여유 있는 상황일 가능성이 높다.
잠재력은 충분하다. 누구보다 LG가 이를 강렬하게 체험했다. 지난해 10월5일 처음 보는 무명 투수에게 속절없이 물러났다. 8회말 당시 롯데 소속이었던 우강훈에게 2이닝 퍼펙트를 당했다. 프로 데뷔전에서 사직구장 전광판에 150㎞ 강속구를 던지며 롯데 팬들의 함성을 이끌었다.
나흘 후에 다시 마주했다. 10월9일 잠실에서 우강훈은 LG 상대로 프로 두 번째 등판에 나섰다. 볼넷 1개와 안타 1개를 내줬지만 실점은 없었다. 이날도 잠실구장 전광판에 150㎞를 찍었다. 사실상 시즌이 끝난 롯데에 다음을 기대할 수 있는 희망요소가 됐다.
그런데 불과 5개월 후 운명의 장난처럼 LG 유니폼을 입었다. 내야진 수급이 급했던 롯데가 LG에 손호영을 요청했다. LG는 롯데에 우강훈으로 응답하면서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개막 후 일주일 만에 첫 트레이드가 완성됐다.
처음 세운 계획은 일주일 훈련이다. 염 감독은 지난달 31일 “우강훈은 일주일 동안 엔트리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다만 1군과 동행하며 제구 잡는 훈련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빠르게 계획을 수정했다. 백승현이 고척 키움전에서 완전히 무너져 엔트리 변화가 불가피했고, 이 자리에 우강훈을 넣기로 했다. 우강훈 또한 정상적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롯데에서 캠프를 소화했고 지난달 24일 시즌 첫 경기도 치렀다. 일주일 내내 훈련보다는 실전 모습도 보면서 청사진을 그리기로 했다.
우강훈이 언제 도약할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사이드암을 독점한 LG다. 평균 구속 150㎞대 투심 패스트볼을 던지는 정우영에 최고 구속 150㎞를 찍었던 박명근, 그리고 우강훈까지 모두 LG 유니폼을 입고 있다.
차명석 단장은 지난달 30일 트레이드 성사 후 “우영이가 해외 진출 목표가 있는 것도 생각했다. (박)명근이도 군 복무를 해야 한다”며 “나중에 빠질 수 있는 투수가 있는 만큼 우강훈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승리하면서 육성하는 모토를 이어가는 LG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