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라인업에 들어간 것 자체로도 행복하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창단 멤버이자 공수주가 두루 뛰어난 5툴 외야수. 실제로 입단 3년차부터 꾸준히 1군 무대를 밟았고 4년차에는 두 자릿수 홈런도 쳤다. 하지만 늘 외야진 경쟁이 만만치 않았다. 뜻하지 않은 부상도 당했다.

2020년 통합우승의 기쁨을 누리고 군복무에 임했는데 전역 후에는 이전처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연차가 쌓이며 어느덧 프리에이전트(FA)를 앞둔 애매한 상황. 올해가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다짐으로 시즌을 준비한 NC 김성욱(31)이다.

2024시즌 시작은 좋았다. 김성욱은 8번 타자 중견수로 개막전부터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개막 2연전에서는 안타가 없었지만 세 번째 경기인 키움전에서 만루포를 쏘아 올렸다. 그리고 2일 잠실 LG전에서 시즌 2호 홈런 포함 3안타 3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경기 후 김성욱은 “작년 막바지부터 올해가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심정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레슨장도 다니고 심리 상담도 받으면서 어떻게 해야 야구를 잘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훈련도 했다”며 “예전에는 워낙 타격폼을 이랬다저랬다 했다. 이제는 잘하든 못하든 하나로 끝까지가 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자비로 미국도 갔다. 그러면서 얻은 결론은 단순화였다. 타석에서 생각이 많은 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김성욱은 “그냥 반응에 맡기기로 했다. 타석에서 상대를 의식하면서 깊이 생각해봤자 더 안 되곤 했다”며 “미국에서 무엇이 잘못된 것이고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 정리를 했다. 그러면서 내가 가진 것을 최대한 발휘하고 그저 나를 믿고 투수의 공에 반응하는 게 가장 좋다고 결론을 내렸다. 돌아보면 못 한 원인이 심리에 있을 때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마음을 비운 만큼 시즌 후 FA에 대한 생각도 없다. 김성욱은 “FA는 진짜 생각이 하나도 안 난다. 따라서 부담도 느끼지 않는다”며 “사실 지금 중요한 건 FA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풀타임 출장이 중요하다. 엄청난 성적을 생각하기 전에 한 시즌을 제대로 치르는 게 우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덧붙여 “지금 이렇게 매일 라인업에 이름이 올라가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 출전을 해야 안타를 치든, 홈런을 치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 기회가 주어진 다는 데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김경문 NC 초대 감독은 신인 시절부터 김성욱을 봤다. 과거 김 감독은 “NC가 우승하는데 큰 역할을 할 선수”라고 김성욱의 미래를 내다봤고 꾸준히 라인업에도 넣었다. 비록 꽤 시간이 많이 지난 일이 됐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5년 만에 300타석 이상을 소화할 기회. NC가 목표를 이루는 데 있어 다시 김성욱의 비중이 커졌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