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교통사고 난 것 같다고 하더라.”

힘들 수밖에 없다. 경기 내내 극도의 긴장 속에서 빛의 속도로 날아오는 투수의 공을 잡아야 한다. 단순히 잡기만 하는 게 아니다. 상대 타자의 장단점과 의도를 파악하는 볼배합도 필요하다. 빈번히 파울 타구를 맞고, 예상치 못한 곳으로 향하는 타구를 향해 몸을 날리기도 한다. 아마추어 시절 경험이 있어도 어려운 게 당연한 ‘포수 강백호’다.

그래도 시작이 좋다. 강백호는 포수로 선발 출장한 지난 5일 잠실 LG전에서 9회까지 마스크를 썼다. 팀도 10회 연장 승부 끝에 8-7로 승리했다. 서울고 시절이었던 2017년 이후 7년 만에 포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고 9회까지 총 174개의 공을 받았다. 전날 경기 후 강백호는 “다리가 후들거린다”며 “고등학교 때 (포수)했던 것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선발 포수 데뷔전 소감을 전했다.

희망도 봤다. 실수가 자주 나오지 않았고 무엇보다 이기는 경기를 했다. 강백호는 “몸으로 하는 운동선수니까 하다 보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포수는 다른 포지션과 달리 투수랑 호흡을 맞춰야 한다. 불안한 모습을 투수에게 보이면 마이너스가 된다. 최대한 투수와 많이 얘기하고 있다”면서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하는 걸 좋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당연히 주전 포수가 된 것은 아니다. KT 이강철 감독도 강백호를 매일 포수로 내보낼 생각은 없다. 이 감독은 6일 경기를 앞두고 “(장)성우가 힘들 때를 생각해서 쓰고 있다”며 주전 포수 장성우의 체력 안배 및 보호 차원에서 강백호를 포수로 기용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감독은 “백호가 힘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안 그래도 교통사고 난 것 같다고 하더라”며 “처음이라 더 힘들 것이다. 경기 전에 준비할 것도 많고 사인도 많다. 스트레스도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얻는 것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감독이 언급한 ‘얻는 것’은 타격이다. 포수로서 볼배합을 연구하면 자연스럽게 투수를 공부하게 된다. 투수 입장을 알게 되고 이는 타석에서 새로운 무기가 될 수 있다. 이 감독은 “성우도 그랬다. 백호가 포수를 하면 타격이 더 잘 될 수 있다고 했다.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포수 경험이 강백호가 진화하는 데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늘 거침없이 배트가 나오는 강백호다. 그런데 같은 유니폼을 입은 포수 장성우를 비롯해 양의지, 강민호를 보면 힘을 들이지 않으면서 큰 타구를 만든다. 상대 배터리의 볼배합을 간파해 홈런이나 안타를 만드는 경우도 많다.

이 감독이 강백호에게 바라는 모습도 여기에 있다. 포수 출장에 따른 부상 리스크가 있지만 타자로서 얻는 게 있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한다.

한편 이 감독은 전날 2이닝 무실점으로 활약한 마무리 투수 박영현을 향해 밝은 미소를 보였다. 이 감독은 “어제는 작년 같은 공이 나오더라. TV로 보면서 ‘정말 다행’이라 생각했다”며 박영현의 구위 회복을 반겼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