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 기자] 미국 대형 음악 축제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이하 코첼라) 최단기간 입성이란 대기록에 오점이 남았다.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라이브 논란’에 발목이 잡혔다.
걸그룹 르세라핌이 13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코첼라 무대에 서서 글로벌 팬들을 만났다. 이들이 오른 코첼라 사하라 스테이지는 메인 스테이지를 제외하고 아웃도어 시어터와 함께 코첼라에서 두 번째로 큰 공연장이다. 르세라핌은 약 40분에 걸쳐 10곡을 불렀다.
미공개 영어곡을 선보였고 미국 유명 뮤지션 나일 로저스와 타이틀곡 ‘언포기븐’ 합동무대를 꾸미는 등 공을 들였다. 현지 관객은 ‘떼창’으로 화답했다. 데뷔 만 2년이 채 안된 비영어권 국가 신인가수로선 이례적인 기록이다.
그러나 공식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 무대를 본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반응이 엇갈렸다. 유튜브 등 각종 SNS에 게시된 ‘직캠’ 영상을 통해 멤버들의 불안정한 가창 실력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최단 기간 코첼라 입성은 고무적인 성과지만, 부족한 라이브 실력이 공개되자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르세라핌은 데뷔 이후 줄곧 음악방송 앙코르 무대에서 보여준 불안한 음정과 음이탈 등으로 여러차례 실력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다양한 히트곡과 고난이도의 퍼포먼스로 호평받았지만 상대적으로 라이브 실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코첼라는 매년 20만 명 이상의 관객이 관람하는 미국의 대형 음악 페스티벌이다. 많은 뮤지션들이 ‘꿈의 무대’로 꼽는만큼 가수의 보컬 부분이 제거된 MR(Music Recorded)이나 밴드 라이브 음악에 맞춰 라이브 무대를 펼친다. 르세라핌 보다 앞서 코첼라 무대에 선 블랙핑크와 에스파는 흔들림없는 가창과 래핑으로 재평가받기도 했다.
르세라핌 공연 전 무대에 오른 에이티즈는 사자탈 춤, 강강술래 안무 등 한국적인 퍼포먼스와 함께 록 버전으로 편곡한 곡들로 시원시원한 가창력을 쏟아내며 ‘코첼라에서 공연한 첫 번째 K팝 보이그룹’이라는 타이틀을 실력으로 증명해 보였다.
앞서 선배 가수들이 빼어난 무대로 실력을 과시했던 만큼 르세라핌의 코첼라 무대는 아쉽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풍성한 플레이리스트와 뛰어난 퍼포먼스에도 보컬 실력이 가려지진 않는다”, “아직 이들에게 코첼라 무대는 버겁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특히 보컬 김채원의 음이탈이 결정적 문제점으로 꼽혔다.
반면 “가장 노래를 잘 부른 팀은 아니었지마, 확실히 열정적이고 팬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르세라핌은 20일 코첼라에서 두 번째 공연을 펼친다. 이들이 이 무대를 통해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 쏠리는 한편, 올해 해외 유수의 페스티벌에 서는 K팝 그룹에게 ‘반면교사’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최근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걸그룹들이 해외 대형 페스티벌에 초청받아 주목받고 있다. K팝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북미와 유럽 등 주류 음악들은 퍼포먼스보단 싱어송라이터와 밴드 음악 등에 집중되어 있어 ‘아이돌은 가창 실력이 부족하다’는 시선도 있다”며 “하지만 이 또한 아이돌 음악이 각종 해외 시상식에서 저평가되지 않고 주류로 인정받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라고 짚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소돌의 기적’이라 불리는 걸그룹들의 공통점은 기본적인 가창 실력이 출중하다는 거다. 대형 기획사 출신으로 좋은 출발선에서 시작한 걸그룹에 대한 잣대는 더 엄격할 수밖에 없고, 하이브라는 배경에서 갖은 트레이닝을 받고도 아쉬운 실력으로 도마 위에 오른다는 건 K팝에도 뼈아픈 결과”라며 “대형 무대도 좋지만 경쟁적으로 큰 무대에 서기보다는 차근차근 다양한 무대 경험을 쌓아가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jayee21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