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이제는 우리도 기상 레이더가 정확하다. 미국처럼 할 수 있다고 본다.”

LG 염경엽 감독이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우천 취소 규정 변화를 제안했다. 메이저리그(ML)처럼 철저히 기상 예보에 맞춰 경기 진행 여부를 결정할 것을 바랐다.

염 감독은 15일 잠실 키움전이 취소되기에 앞서 구름 낀 하늘을 바라보며 “만일 이대로 경기를 진행하면 3회 정도에 우천 취소가 될 수 있다. 그러면 선발 투수만 쓰고 허무하게 경기가 취소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미국처럼 하는 게 어떨까 싶다. 예보상 지나가는 비면 기다리고 예보에도 계속 비가 온다고 하면 빨리 취소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미국의 경우 비가 지나가면 아예 한 시간 정도 후에 경기를 시작한다. 반대로 계속 비가 오면 경기 시간 이전에 취소한다. 이렇게 불필요한 소모를 피한다”고 밝혔다.

염 감독은 2021년 ML 샌디에이고에서 지도자 연수를 했다. 시즌 내내 ML 현장을 체험했다. 염 감독의 말처럼 ML는 철저히 예보를 따른다. 장시간 비가 예보되면 빠르게 경기를 취소하고 새롭게 일정을 짠다.

반대로 1, 2시간 후 예보상 비가 그치면 방수포를 덮어놓고 경기 시작 시간을 예보에 맞춰 늦춘다. 현장과 관중이 혼선을 겪지 않도록 일찍이 이를 공지한다. 태풍이 오는 경우에는 하루 전에 경기를 취소시키기도 한다.

KBO는 예보 보다 현장 중시다. 태풍처럼 강한 비가 내리지 않으면 경기 시작 시간까지 기다린다. 경기 시작에 앞서 비가 오면 경기를 중단하고 기상 예보를 참고해 우천 취소 결정을 내린다.

염 감독은 “이제는 우리도 기상 레이더가 정확하다. 미국처럼 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이렇게 되면 모두에게 더 좋은 것 아닌가. 팬들도 허탕을 칠 필요가 없다. 현장도 투수를 소모할까 봐 조마조마하지 않아도 된다. KBO가 이 부분을 명확하게 결정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덧붙여 “이렇게 되면 선수도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 우천 취소되기 전에 안타 2개 혹은 홈런을 쳤는데 취소가 되면 모두 사라진다. 엄청나게 아쉬워하고 이후 타격 슬럼프에 빠지기도 한다”며 “기본적으로 경기 초반 비가 오고 있으면 선수들이 집중을 못한다. 언제 경기가 멈추고 취소될지 모르니까 불안한 마음을 갖고 경기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염 감독은 우천 취소 권한은 지금처럼 KBO 경기 감독관이 행사하는 게 맞다고 했다. 그는 “우천 취소를 구단이 결정하면 부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다. 구단과 상의하는 것도 안 된다. 구단이 악이용을 한다. 예전에 그런 일이 많았다. 구단과 취소를 두고 상의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KBO가 잘 판단하고 결정하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만 봐도 그렇다. 미리 취소를 해주면 야구 티켓을 예매한 팬들도 다른 일정을 짤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야구장에 온 사람만 손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잠실 경기는 비로 취소됐다. 경기 시작 시간인 오후 2시에 앞서 비가 내렸고 비는 점점 거세졌다. 밤늦은 시간까지 비가 예보된 만큼 김시진 경기감독관은 오후 2시20분 우천 취소를 결정했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