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 기자] K팝의 선봉에 선 가요 기획사와 아티스트들이 연일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전속계약, 표절 등 그 내용도 다양하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K팝에 드리운 그늘에 가요계는 연일 시름하고 있다.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 경영권을 둘러싼 하이브와 민희진 대표의 내홍에 이어 엑소 멤버 백현, 시우민, 첸(첸백시)과 전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갈등이 재점화됐다. 이미 가요계는 민 대표의 두 차례 긴급 기자회견과 하이브와의 가처분 소송, 각종 여론전 등으로 피로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 ‘탬퍼링’ 다시 수면 위로…첸백시 SM과 전면전 선포, 결국 법정으로
첸백시가 SM이 음원 유통 수수료와 관련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지난해 일단락된 양측의 갈등이 1년 만에 재점화된 것이다.
세 멤버를 대리하는 이재학 변호사는 10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SM이 구두로 약속한 음반·음원 수수료율 5.5%를 지키지 않은 채 개인 매출의 10%를 요구한다고 공개 비판했다. 지난해 양측이 합의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SM이 유통사 카카오로부터 음반·음원 유통 수수료율 5.5%를 적용받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SM은 반박 자료를 통해 “첸백시 측에 도움을 주기 위해 유통사와 협상을 지원한다는 의미일뿐 유통수수료율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SM은 수수로율과 관련해 최선을 다했으나 성공하지 못했고, 대신 다른 방식으로 첸백시의 금전적 손해를 최소화했다는 설명이다.
SM이 주장하는 이번 사건의 본질은 ‘탬퍼링(계약 종료 전 사전 접촉)’이다. 앞서 SM과 재계약을 한 첸백시는 정산 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지난해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SM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바 있다. 당시 SM은 특정 소속사가 배후에서 멤버들을 조종하고 있다며 탬퍼링 의혹을 제기하며 맞섰다.
첸백시의 소속사 아이앤비100은 차가원 피아크 그룹 회장과 가수 겸 프로듀서 MC몽이 공동 투자해 설립한 원헌드레드의 자회사로 지난달 편입됐다. 차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이 순간 SM과의 전면전을 다시 시작하려 한다”며 세 멤버의 탬퍼링 배후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그러나 SM은 “본질은 당사 소속 아티스트들에 대한 MC몽, 차가원 측의 부당한 유인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양측은 11일에도 반박과 재반박을 이어가며 날 선 신경전을 펼쳤다. SM은 3인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고 법적 대응도 시사했다.
◇ “짝퉁 폄훼 못 참아” 아일릿, ‘뉴진스 표절’ 주장한 민희진과 본격 소송전
SM과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빌리프랩은 민희진 어도어 대표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추가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민대표가 기자회견에서 빌리프랩의 신인 걸그룹 아일릿이 뉴진스를 표절했다며 ‘카피’ 의혹을 제기한데서 비롯됐다. 이에 빌리프랩은 용산경찰서에 민 대표를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며 맞섰다.
빌리프랩은 “민희진 대표가 택한 압박 수단 중 하나가 하이브 레이블의 신인그룹을 ‘아류’나 ‘짝퉁’으로 폄훼하는 것이었다”며 “이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이제 (언론이나 네티즌이) 더 이상 언급하지 않으면 된다’며 본인의 발언으로 고통받은 피해자들을 부인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아티스트와 빌리프랩 구성원, 참여 크리에이터들의 피해에 대한 민사소송을 금일 추가로 제기해 민희진 대표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하이브-민희진 이슈가 채 정리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시작된 갈등 양상에 기획사들도 ‘대체 언제 끝나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서로 깎아내리기 위한 신경전과 소송전으로 정작 조명 받아야 할 아티스트들이 주목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jayee21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