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강예진 기자] 무려 4년8개월. 여자 축구 A대표팀을 이끈 콜린 벨 감독과 허망하게 이별한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대한축구협회(KFA)다.

남자A대표팀 감독직은 4개월째 공석이다. KFA는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이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뒤 3월과 6월 A매치 모두 ‘임시 감독’으로 치렀다. KFA 전력강화위원회는 지난 19일 비공개 9차 회의를 진행, 10차 회의에서 최종후보군을 선정할 예정이다. 현실과 지속성장을 화두로 두고 있는 전력강화위는 벨 감독이 물러난 사례 역시 참고할 만하다.

KFA는 20일 벨 감독과 이별했다고 발표했다. 2019년 한국 여자축구 역사상 첫 외국인 감독으로 지휘봉을 잡은 벨 감독은 재임 기간 A매치 49경기를 치르면서 24승10무15패를 기록했다. 부임 후 세계 각국의 팀과 A매치를 꾸준히 치르면서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썼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2022 AFC 여자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게 그나마 가장 돋보였던 업적이다. 긴 시간을 준비한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월드컵에서는 1무2패의 성적으로 조별리그서 탈락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8강을 넘지 못했고, 2024 파리올림픽 본선행에도 실패하는 등 연이어 ‘쓴맛’을 봤다.

KFA는 벨 감독과 계약을 해지하면서 “여자대표팀이 현재 새로운 도약을 위한 변화가 필요하며 그 준비를 지금부터 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 여자축구의 제한된 저변과 인력풀에서 세대교체를 이끌고 국제 경쟁력을 높일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임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KFA는 이전까지 주요 외인 사령탑과 접촉했으나 재정난 등과 겹쳐 뜻을 이루지 못했다. 가성비를 통해 외인 사령탑을 선임한다고 해도 전력강화위 내부서부터 볼멘 소리가 나온다. 한국 축구의 지속 발전 가능성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제까지 ‘일회성’에 그친 외인 사령탑의 효용성을 되짚고 있다.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대표팀 내 세계적인 선수가 어느 때보다 즐비한 만큼 외인만 고집하지 않고 국내 사령탑까지 통틀어 장기적인 플랜을 제시할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벨 감독과 이별한 당일 KFA는 한국축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담은 ‘기술철학’을 발표하면서 “A대표팀 새 사령탑 선임 작업 중인 전력강화위원회에서 이를 두고 감독 후보군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전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한국 축구철학을 만들어갈 명장이 필요하다. 더는 실패는 없어야 한다. 현실을 직시하고 한국축구의 미래를 더 길게 내다봐야 할 전력강화위의 결단이 필요할 때다. kk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