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상위권이 오랜만이다. 그런데 갑자기 코치진을 ‘싹’ 갈아엎었다. 현장도, 프런트도 당황하는 기색이 읽힌다.

삼성은 전반기를 4위로 마쳤다. 그래도 2위 LG와 1.5경기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최근 흐름이 좋지 않은 것은 맞다. 6월25일부터 7월4일까지 9경기에서 1승 1무 7패로 크게 흔들렸다.

이 기간 팀 평균자책점은 3.89다. 리그 3위다. 대신 결정적일 때 주춤했다. 마무리 오승환이 두 차례 블론세이브를 범하며 2패를 기록한 것이 아쉽다. 김재윤은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6.88이다. 타선은 팀 타율 0.186으로 최하위다. 2할이 안 되는 유일한 팀이다.

5일 저녁 삼성이 코치진 개편 소식을 알렸다. 퓨처스 올스타전 도중 나왔다. 발표 시기부터 아쉽다. 이종열 단장은 같은 날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이병규 수석코치를 퓨처스 감독으로 보냈다. 정민태 투수코치, 이정식 배터리 코치는 퓨처스에서 투수와 배터리 코치를 맡는다. 권오준 불펜코치는 아예 재활군으로 이동.

정대현 퓨처스 감독을 1군 수석코치로 올렸다. 투수코치도 겸한다. 3군 타격을 맡던 타치바나 코치가 1군 타격코치로 올라왔다. 퓨처스 강영식 투수코치와 채상병 배터리 코치가 1군에서 같은 파트를 맡는다.

박진만 감독만 제외하고 싹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이병규-정민태 코치는 박진만 감독 픽이다. 감독이 원하는 코치와 함께할 수 없게 만든 셈이다. 반대로 정대현 코치는 이종열 단장이 영입했다.

시즌 전 삼성이 이렇게 ‘위에서’ 경쟁할 것이라 예상한 이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시즌 초반 8연패를 당하는 등 좋지 못했으나 4월6일부터 힘을 냈다. 6월말에는 1위 KIA에 1.5경기 차이까지 붙기도 했다.

갑작스럽게 ‘물갈이’가 일어났다. ‘이대로는 안 된다’고 판단한 모양새. 선수들은 당황한다. 주장 구자욱은 “이병규 코치님 덕분에 더그아웃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다. 코치님이 ‘미안하다’고 연락을 주셨다. 기존 코치님들과 마음이 잘 맞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짚었다.

이어 “사실 전반기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생각한다. 기적 같은 일 아닐까 싶다. 어쨌든 코치진 이동은 선수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고 했다.

원태인 또한 “많이 놀랐다. 정민태 코치님께서 캠프 때부터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 시즌 중에도 내가 부침을 겪고 있는데 자신감을 심어주셨다”며 “후반기 다시 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올스타전에서 마주친 박진만 감독도 썩 밝아 보이지는 않았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당황스러울 수 있다. 만약 현장과 프런트의 손발이 안 맞는 것이라면 문제다. 안 좋은 결과만 낳을 뿐이다. 모처럼 좋은 시즌을 보내고 있는데 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