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초복(15일)을 앞두고 영계 가격이 내리면서 전통시장에서 구매하는 삼계탕 재료비가 지난해보다 7.5% 떨어졌다.

집에서 삼계탕을 끓여 먹는 비용은 1인분 기준 8000∼1만원으로 외식(1만7000∼2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최근 중부지방에 내린 집중호우로 닭 수십만 마리가 폐사했으나 초복을 앞두고 공급을 늘린 데다, 전체 육계(고기용)에서 폐사 규모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전문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는 14일 영계와 수삼·찹쌀·마늘·밤·대파·육수용 약재 등 삼계탕 재료 7개 품목의 가격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한국물가정보는 매년 초복 일주일 전 재료비 시세를 조사한다.

전통시장에서 구매하면 영계 네 마리와 수삼 네 뿌리, 찹쌀 네컵 등 삼계탕 4인분 요리 기준으로 3만2260원이 필요하다. 1인분 기준으로 8000원인 셈이다.

이는 5년 전 대비 26.3% 올랐지만, 지난해(3만4860원)에 비하면 7.5%(2600원) 저렴하다.

총재료비가 내린 것은 삼계탕용 영계 가격이 내렸기 때문이다.

전통시장에서 구매 시 영계 네 마리(2㎏) 가격은 지난해 1만9200원에서 올해 1만6000원으로 16.7%(3200원) 하락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11일 기준 전체 육계 1㎏당 소매가격은 1년 전보다 7.2% 내린 5988원이다. 삼계탕용 닭은 5∼6호(500∼600g대)를 주로 사용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인건비와 사룟값 등 사육비 자체는 상승 추세지만 육계 농가에서 복날을 맞아 공급량을 최대 15%가량 늘려 삼계탕용 영계 가격이 지난해 7월 초보다 10% 이상 하락했다”고 말했다.

지난 겨울 방역이 잘 이뤄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따른 가금류 살처분 규모가 2008년 이후 가장 적었고 고물가에 소비심리가 위축된 점도 영계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삼계탕 재료 가운데 찹쌀과 대파 가격은 전통시장 기준으로 작년보다 각각 12.5%, 25.0% 올랐다.

찹쌀은 추수철인 가을이 오기까지 재고량이 줄고 대파는 최근 무더위와 잦은 비로 생육 환경이 좋지 않다. 7개 재료 중 나머지 4개 품목 가격은 작년과 같았다.

한국물가정보는 삼계탕 재료를 슈퍼마켓과 대형마트에서 구매하는 비용은 4인분 기준으로 각각 4만2150원, 4만3360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통시장 재료비(3만2260원)와 비교하면 슈퍼마켓은 30.7%, 대형마트는 34.4% 각각 비싸다.

전통시장에서 4인분 재료를 구매해 조리하면 1인분에 8000원, 슈퍼마켓과 대형마트에서 구매해 조리하면 1만원대에 각각 먹을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 기준 삼계탕 한 그릇 외식 가격은 지난달 평균 1만6885원이다.

삼계탕 유명식당 중 원조호수삼계탕과 논현삼계탕은 1만8000원, 토속촌과 고려삼계탕은 2만원을 각각 받고 있다.

이동훈 한국물가정보 팀장은 “2018년부터 매년 초복 무렵 삼계탕 재료비를 조사한 결과 전년보다 가격이 하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올해는 재료를 준비해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게 슬기로운 몸보신 방법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에서 삼계탕 재료 구매 시 행사카드 할인 등을 적용하면 비용이 더 저렴해진다.

이마트는 오는 18일까지 ‘무항생제 두마리영계’를 행사카드로 결제 시 40% 할인해 6588원에 판다.

롯데마트도 오는 17일까지 두 마리씩 들어있는 ‘하림 커플 영계’와 ‘참프레 두마리복닭’을 행사카드로 결제하면 40% 할인한다.

다만 이번 초복에는 공급 확대로 영계값이 떨어졌으나 최근 내린 폭우로 닭 수십만 마리가 폐사해 중복(7월25일)과 말복(8월14일)에 닭값 상승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박범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가금류 공급은 평년보다 많고 육계 전체 마릿수가 1억 마리여서 (폐사 규모는)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여름철 삼계탕 수요 증가에 따른 공급은 아직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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