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파리=정다워 기자] 초반엔 비슷해 보인다. 중반을 지나면 어김없이 차이가 벌어진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배드민턴 코트는 가로 13.4m, 세로 6.1m로 구성된다. 가로를 반으로 나누면 6.7m다. 코트 안에 들어가는 두 선수는 6.7m×6.1m 크기의 코트를 커버한다. 동일한 규격이지만 느낌은 다르다. 누구는 편하게, 다른 누군가는 힘들게 뛰어다니다 경기를 마친다.

‘셔틀콕 여왕’ 안세영(22·삼성생명)은 전자에 해당한다. 안세영과 싸우는 선수는 늘 경기 중반을 지나면 사색이 된다. 안세영은 비교적 덜 지쳐 보인다. 2024 파리올림픽만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경기를 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안세영은 8강, 4강에서 모두 첫 게임을 빼앗겼다. 야마구치 아카네(일본),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인도네시아)을 만나 1게임에 고전했다. 결승에서 만난 허빙자오(중국)와의 경기에서도 게임 초중반까지는 대등하게 싸웠다. 승리라는 결과를 어느 정도 예감하면서도 온전하게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었다. 안세영은 이에 관해 “긴장해서”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첫 게임에서 패배했다고 걱정할 이유는 없다. 게임, 혹은 경기 중반을 지나면 이변 없이 코트 안 공기가 달라진다. 긴 랠리 속 승자는 보통 안세영이다. 상대는 안세영의 길고 짧은, 혹은 좌우로 다양하게 향하는 공격을 막아내다 결국 실수한다. 코트 위에 쓰러져 거친 숨을 내쉬는 장면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사실상 스스로 지쳐 나가떨어지는 양상으로 경기가 흘러간다. 야마구치, 툰중, 그리고 허빙자오까지 모두 그랬다.

같은 시점에 안세영의 얼굴을 보면 그리 지쳐 보이지는 않는다. 28년 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방수현 MBC 해설위원도 “랠리로 가면 안세영이 유리하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안세영의 최대 강점은 체력으로 꼽힌다. 배드민턴은 체력 소모가 큰 스포츠다. 스피드, 기술, 운영 능력 등도 중요하지만 체력이 기본이 되지 않으면 긴 랠리 속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안세영의 다른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안세영이 1년간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올림픽을 모두 정복한 배경이다.

비결은 비교적 단순하다. 안세영은 “하루도 쉬지 않고 운동을 하고 싶어 몰아붙였다. 부상 때문에 훈련 방식을 바꾸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절대 깨지 않았던 게 있다. 새벽, 오전, 오후에 달리고 사이클을 타는 체력 훈련에 집중했다. 이것만은 변하지 않았다. 훈련을 포기하지 않았던 게 올림픽 메달 획득의 키포인트가 아니었나 싶다”라고 밝혔다.

코트 위에서 가장 화려하게 빛난 안세영은 코트 밖에서 끊임없이 연마하며 올림픽을 준비했다. 안세영이 대관식의 주인공이 된 비결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