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생(生)과 사(死)가 교체하는 공간이 공항이라니. 무슨 일인가 싶다. 청천벽력이 떨어졌다. 무려 179명의 아까운 목숨이 스러지고 말았다. 그렇게 바라던 기적은 없었다. 모두가 좋아했던 KIA 고강인 프로도 가족과 함께 하늘의 별이 됐다.
2024년은 KIA의 해였다. 당당히 통합우승 달성. 호랑이 포효가 KBO리그를 뒤흔들었다. 그렇게 기분 좋게 비시즌에 들어갔다. 고 프로도 아내, 아이와 함께 태국 방콕으로 휴가를 떠났다.
휴가를 즐겼다.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사진만 봐도 알 수 있다. 아름다운 아내, 귀여운 아들과 함께 행복을 누렸다. 누구도 마지막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지난달 29일 귀국길에서, 그것도 착륙만 하면 되는 상황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황망한 마음에 사고 당일 밤 무안으로 향했다.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었지만, 무안국제공항은 어수선하기 그지없었다. 시신 확인을 위해 이동하려고 줄을 선 유가족들이 보였다. 1층과 2층에 마련된 쉘터 내에서는 연신 오열 소리가 흘러나왔다. 각종 구호물품을 나르는 이들의 발걸음도 무거워 보였다.
끝내 생존자 2명을 제외한 179명의 사망이 확인됐다. 기적적인 생환을 바랐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리고 고 프로와 가족의 시신은 차가운 활주로 위에 있었다.
하루가 지난 12월30일, 무안스포츠클럽에 설치된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위패에 쓰인 이름이 처량했다. 세 살배기 아들 이름도 같이 있다. 이후 광주 5.18 민주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도 방문했다. 그리고 유가족의 시신 확인이 끝났다. 시간이 흘러 6일 부고장을 받았다.
KIA도 발칵 뒤집혔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나”고 했다. 김선빈은 “다음 생애가 있다면 우리 그때도 좋은 인연으로 만나 못다 한 약속 꼭 지키자”고 했다. KIA에서 선수로 뛴 김병현도 “형이 미안하다”고 적었다. 심재학 단장, 이범호 감독 등 KIA 선수단과 프런트는 분향소를 찾아 추모했다.
누구보다 야구를 사랑했고, KIA를 사랑한 이다. 홍보팀 시절 일 잘하기로 소문났다. 취재진과 최일선에서 부딪히기 마련인 홍보팀. 크고 작은 일이 터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고 프로는 이렇다 할 트러블 없이 원만하게 조율했다.
좋은 사람으로도 유명했다. 성실했고, 따뜻했다. 선수들도 프런트 직원이 아닌 ‘형’으로 따랐다. 그래서 더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나아가 고 프로는 가족을 끔찍이도 아낀 사람이기도 했다. 고 프로의 지인은 “평소라면 인천에서 탔을 것이다. 아이가 첫 비행이라 이동거리를 고려해 가까운 무안공항을 이용한 것 같다”며 울먹였다.
미인박명(美人薄命)이라 하면 너무 과할까. 하늘이 너무 일찍 데려갔다. 그의 아내도 마찬가지고, 아들은 세상의 빛을 만난지 겨우 3년에 불과했다. 참담한 일이다. 천국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를 바랄 뿐이다.
고인의 빈소는 광주 그린 장례문화원 예궁실(2층·전화 062-250-4455), 발인은 8일 오전 6시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