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인천공항=박준범기자]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갈등이 새 국면을 맞을까.
2024 파리 올림픽을 마친 한국 선수단은 13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을 비롯한 본부 임원진과 7개 종목 선수단 등 50여명이다. 폐회식에서 기수를 맡았던 복싱 동메달 리스트 임애지(화순군청)와 태권도 금메달 리스트 박태준(한국체대)이 태극기를 들고 입국장을 빠져나왔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직접 나와 선수단을 맞았다.
한국 선수단은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로 종합 8위를 달성했다. 대회 전 목표로 세웠던 금메달 5개를 훌쩍 뛰어넘었다. 1976 몬트리올 대회 이후 48년 만에 최소 인원을 파견한 선수단은 최고의 성적을 냈다.
금메달 13개는 2008 베이징과 2012 런던 대회에 이어 올림픽 최다 금메달 타이기록이다. 총 메달 32개는 1988 서울 대회(33개)에 이은 두 번째로 많다. 원정 대회에서 기록한 최다 메달이기도 하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장미란 문체부 차관과 함께 공항에 마중 나왔다. 선수단과 단체 사진을 촬영했다. 그리고 유 장관은 이 회장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포옹까지 했다.
이 회장은 마이크를 잡고 “우려가 있었음에도 원정 사상 최다 금메달을 따냈다”라며 “선수들의 아름다운 도전과 성취는 무더위에 지친 국민께 스포츠를 통한 즐거움은 물론 큰 용기와 희망을 드릴 수 있었다. 파리 한가운데 울려 퍼진 애국가를 통해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전할 수 있었다”고 준비한 입장문을 읽었다.
이후 정강선 선수단장이 태극기를 흔들었고, 장채근 선수촌이 앞에 나와 공식 해산을 선언했다. 유 장관과 장미란 차관은 선수단과 단체 사진을 찍은 뒤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문체부가 주도해 공식 환영 행사와 해단식은 간소하게 입국장에서 마무리했다. 문체부는 당초 입국장 옆 한 공간을 빌려 공식 환영 행사를 진행하려 했다. 무대 세팅은 물론 참석자들을 위한 꽃다발도 준비됐다. 몇몇 관계자들도 일찌감치 도착해 선수단을 기다렸다. ‘2024 제33회 파리하계올림픽대회 대한민국 선수단 해단식’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도 걸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텅 빈 해단식 행사장에는 누구도 들어오지 않았다. 이기흥 회장이 인사말을 전한 뒤 장채근 선수촌장이 선수단 해산을 선언했다. 선수들은 각자 일정대로 움직였다. 일부 선수들은 팬과 사진 촬영에 나섰고, 또 일부는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취재진도 행사장에서 대기하다 선수단 해단 소식을 갑작스럽게 통보받았다.
문체부 관계자는 “체육회가 사전 통보 없이 일방적으로 일정을 변경했다. 파리에서부터 장거리 비행을 한 선수들이 피곤해해서 선수단 편의를 고려했다고 하더라”라고 해단식 취소 이유를 밝혔다.
체육회 관계자는 “해단식은 간소하게 계획했다. 선수단 일정과 피로를 고려했다. 현장에서 문체부 해단식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체육회는 지난해 10월 유 장관 취임 이후 각종 사안을 두고 문체부와 갈등을 빚었다. 이 회장과 유 장관은 서로를 향해 날 선 말들을 내뱉었다. 유 장관은 “체육회 중심 시스템의 한계에 다다랐다”고 했고, 이 회장도 “문체부를 향해 “국정 농단 세력이 부활했다”고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유 장관은 또 “8년간 이 회장이 마음대로 했지만 경기력은 나빠졌다. 국회에서 들을 얘기(국정농단)를 체육인이 하는 건 아니다”고 공개 비난했다.
이러한 갈등에서 한국 선수단은 올림픽 무대에서 최고 성적으로 금의환향했다. 그러나 체육회와 문체부의 갈등 국면은 다시 시작될 조짐이다. beom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