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울산=김용일 기자] “이런 날이 나에게 오는구나….”

정확히 1400일 만에 K리그 복귀포를 터뜨린 베테랑 미드필더 손준호(32·수원FC)는 뭉클해했다. 중국 공안에 1년 가까이 구금됐다가 풀려난 뒤 올해 국내 무대에 돌아온 그는 드라마 같은 부활스토리를 쓰고 있다.

스포츠서울은 ‘하나은행 K리그1 2024’ 27라운드 ‘플레이어 오브 더 라운드(Player Of The Round·POTR)’에 손준호를 선정했다.

그는 18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울산HD와 27라운드 원정에서 전반 42분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4분 전 울산 주민규가 보복성 플레이로 퇴장, 팀이 수적 우위를 안았는데 손준호가 제대로 상대 기를 꺾었다. 수원FC는 후반 안데르손의 골까지 더해 울산을 2-1로 잡고 3경기 만에 승리, 승점 44(13승5무9패·5위)를 기록했다. 3위(승점 45)로 제자리걸음 한 울산과 승점 차는 불과 1이다. 선두권 경쟁에 다시 나섰다.

손준호가 K리그에서 골을 넣은 건 전북 현대 시절인 2020년 10월18일 광주FC전(4-1 승) 선제골 이후 1400일 만이다. 산둥에서 뛰던 지난해 5월 승부 조작 혐의를 받은 동료와 어우러져 비국가공작인원 수뢰 혐의(타인의 재물을 불법 수수한 경우)를 받은 그는 공안에 붙잡혀 구금됐다. 혐의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10개월여 철장 신세를 졌다. 지난 3월 풀려났다. 6월 수원FC에 입단한 그는 복귀전을 치른 데 이어 두 달 만에 복귀 골까지 터뜨렸다.

김은중 감독은 스트라이커 부재로 미드필더의 득점력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손준호가 한 방을 해줬다. 김 감독은 “준호가 (구금 기간) 경기를 못 뛰었는데 뛰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더라. 후배에게도 많이 얘기한다. 팀에 긍정적 효과”라며 그의 존재 가치를 치켜세웠다. 후배도 화답했다. 손준호의 골은 그와 열 살 넘게 차이나는 ‘룸메이트’ 강상윤이 어시스트했다.

손준호는 “흘러나올 때 무조건 슛을 때리자고 마음먹었다. 궤적을 보고 골을 직감했다. 신인 때 첫 골을 넣은 것처럼 좋았다”면서 “상윤이에게 밥 사야할 것 같다”고 웃었다.

그는 “좋은 날이 올 것으로 생각했는데 하나하나 찾아가 감사하다. 가장 큰 건 가족에게 다시 축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아버지, 남편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손준호는 복귀 이후 처음으로 A대표팀 복귀 의지도 밝혔다. 내달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을 앞두고 ‘홍명보호’에 가세한 김동진 코치는 이날 울산을 방문했다. 손준호는 “그런 목표(대표팀)도 있었다.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야 후회가 없을 것 같다”며 “(현재) 90분은 다 뛰지 못하지만 80분은 뛸 수 있다.(26일 대표팀 명단 발표 전) 제주와 홈 경기에서 좋은 모습 보이겠다. 다시 태극마크를 다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