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파리=김동영 기자] “금메달리스트와 사진 찍고 싶어요.”

사격 공기소총 ‘간판’ 박진호(47·강릉시청)가 마침내 패럴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숙원 사업’을 해결했다. 그리고 특별한 요청을 하나 받았다.

박진호는 31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사격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사격 R1 남자 10m 공기소총 입사(스포츠등급 SH1) 결선에서 294.4점을 쏴 예르킨 예르킨 가바소프(카자흐스탄·247.7점)을 제치고 금메달을 따냈다.

이 종목 세계 최강자다. 현장에서도 박진호를 ‘월드 챔피언’이라 불렀다. 세계신기록을 잇달아 작성한 ‘레전드’다. 유독 패럴림픽 금메달만 없었다. 이날 마침내 한을 풀었다.

금메달을 품은 후 이동하는 도중 조직위원회 관계자에게 한 가지 부탁을 받았다. 이 관계자는 대한장애인사격연맹 관계자를 통해 “프랑스 어린이가 박진호 선수와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데, 혹시 부탁을 들어줄 수 있느냐”는 이야기를 전했고, 박진호는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박진호와 함께 사진을 찍은 아이는 아르튀르 베르토메(7)였다. 아르튀르는 박진호를 보자 밝은 미소를 짓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아버지 니콜라 씨는 박진호에게 거듭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국 취재진에 “혹시 ‘Merci(고맙습니다)’를 한국어로 어떻게 말하는지 알려줄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 취재진에 “정말 환상적이지 않은가. 무척이나 아름다운 그림이다”라고 말했다.

어머니 에마뉘엘 씨는 “아르튀르는 앞으로 몸 상태가 어떻게 악화할지 모르는 장애를 갖고 있다. 뇌와 근육에 장애를 갖고 있어서 몸에 힘을 주지 못하는데, 스포츠를 정말 좋아하는 어린이”라고 밝혔다.

이어 “비록 아르튀르는 몸에 힘을 주지 못하지만, 스포츠를 무척이나 좋아하고 즐긴다.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니 부모로서는 아르튀르가 패럴림픽을 최대한 즐길 수 있게 어떻게든 기회를 마련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박진호와 남긴 추억은 아르튀르 가족의 보금자리 한편에 오랫동안 머물 예정이다. 에마뉘엘 씨는 “아르튀르가 선수들과 사진을 찍으면 사진을 액자에 담아 보관해놓는다. 아르튀르가 액자를 들고 가지고 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다른 이유도 있다. 기억은 언젠가 사라지기 마련이지 않은가. 그러나 사진은 항상 그렇듯, 기억보다 우리 곁에 영원히 남는다”고 말했다.

사진 한 장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평생 기억이 될 수 있다. ‘월드 챔피언’ 박진호가 프랑스의 한 아이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다. 그리고 남은 경기도 전념하겠다는 각오도 다졌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