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성과 원팀 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협동심이다. 창의성은 개인적 능력이고, 원팀 스피릿은 팀워크와 관련이 크다. 창의성은 개인의 자율성을 강조할 때 커질 수 있다. 반면 원팀 정신은 협동심을 강조하면서 일정 정도 팀 내 규율을 요구할 수도 있다. 두 요소는 묘한 함수 관계에 있다. 전자를 강조하면 후자가 흐트러질 수도 있다. 후자를 강조하다 보면 전자가 약해질 위험성이 있다.”
대한축구협회(KFA) 정몽규 회장이 30년 축구 인생을 돌아보며 최근 출간한 ‘축구의 시대-정몽규 축구 30년’ 231페이지 내용이다. 각종 행정 논란으로 KFA를 향한 민심이 사나울 때 출간해 논란이 됐지만 최근 돛을 올린 A대표팀 ‘홍명보호’를 비롯해 각급 대표팀에 던지는 화두를 엿볼 수 있다.
정 회장은 ‘창의성과 원팀 정신의 복잡한 함수 관계’를 주제로 자기 생각을 나열했다.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한 대표팀이 64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도전한 카타르 아시안컵 4강을 앞두고 ‘캡틴’ 손흥민(토트넘)과 ‘막내급 일원’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이른바 ‘탁구게이트’로 충돌한 것을 회고하면서다. 그는 대표팀이 내부 균열로 결승 진출이 무산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면서 창의성과 원팀 정신의 오묘한 관계를 새삼 느꼈다고 고백했다.
정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들이 각자 스스로 프로페셔널해야 한다는 확고한 소신이 있었다(중략)…평소 생활이나 숙소에서의 활동, 식사 시간 등은 최대한 자유롭게 해주려고 했던 것 같다. 이런 감독의 태도가 손흥민-이강인 갈등으로 표출된 한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손흥민은 이강인보다 열 살이나 많고 위계질서 속에서 대표팀 생활을 해온 것과 다르게 이강인은 유럽에서 성장하며 선수 간의 대등한 관계에 익숙했을 것이라고 했다. 유럽파가 대표팀 구성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현시대에 정 회장은 앞으로 대표팀이 원팀으로 군무하듯 경기할 수 있을지에 질문을 던졌다.
축구계 구성원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다. 이제 바통은 홍명보호에 쥐어졌다. 역대 최고 수준의 선수 재능을 극대화하면서 어떻게 한 팀이 되느냐를 연구하고 그라운드에서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고양 땅이 시작점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5일 팔레스타인(서울), 10일 오만(무스카트·원정)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1,2차전으로 첫 선을 보인다. 팔레스타인전을 사흘 앞둔 2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첫 소집 훈련을 시행할 예정이다.
최근 주력 유럽파와 더불어 양민혁(강원FC) 최우진(인천 유나이티드) 등 미래 자원까지 26명의 홍명보호 1기에 승선했다. KFA에 따르면 경기 일정으로 뒤늦게 합류하는 손흥민, 이강인 등 일부 유럽파를 제외하고 첫날 20명이 고양에 모인다. 단 황희찬(울버햄턴)은 귀국편이 늦어 훈련 참여는 불확실하다. 19명이 참석할 것으로 보이며 유럽파 중엔 이재성(마인츠)과 엄지성(스완지시티)이 가세한다.
홍 감독도 부임 이후 ‘원 팀’ 화두를 가장 먼저 그렸다. 외인 코치를 선임하기 위해 유럽으로 떠났을 때 손흥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재성, 황인범 설영우(이상 즈베즈다)를 만나 대표팀 운영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일부 선수는 아시안컵 기간부터 불거진 내부 논란에 대해 건설적인 견해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팀은 감독만, 코치만, 선수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다. 미래 지향적으로 양보하고 희생해야 원팀에 근접할 수 있다. 공동의 목표가 우선이고 그 속에서 제 가치를 찾아야 한다. 이제 지도자와 선수가 하나가 돼 과정과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