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인천국제공항=김용일 기자] “헬로, 마이 네임 이즈 민혁 양. 이츠 아너 투 비 히어. 나이스 투 미츄(Hello. My name is Minhyeok Yang. It‘s honor to be here. Nice to meet you). 이정도 준비했다.”

런던행 비행기 탑승을 앞둔 양민혁(18)은 ’영어 자기소개를 준비했느냐‘는 질문에 수줍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앳된 얼굴에서 독기가 느껴졌다. 준비는 끝났다. ‘한국 축구의 미래’로 불리는 양민혁이 마침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에 합류, 차세대 빅리거의 길을 걷는다.

그는 1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런던행 비행기에 탑승, 입국 이후 곧바로 토트넘을 향했다. 출국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그는 “(런던 도착 이후) 토트넘 구단 측과 저녁 식사가 있다”며 “누가 나오는지 정확히 모른다”고 웃어 보였다. 이날 양민혁을 보기 위해 수십여 팬이 이른 시간부터 공항에 몰렸다. 그는 사인과 사진촬영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하며 감사해했다.

’캡틴‘ 손흥민(32)과 10번째 시즌을 보내는 토트넘은 그의 바통을 이어받을 주자로 양민혁을 일찌감치 점찍었다. 지난 여름 국내에서 열린 프리시즌 친선전을 위해 방한했을 때 양민혁과 전격적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K리그1 시즌을 마친 뒤 12월 조기 합류를 요청했다. ‘18세 고교생’ 신분에도 프로 데뷔 시즌 12골 6도움을 기록, 강원FC의 리그 준우승 신화를 이끈 양민혁은 숨돌릴 틈 없이 토트넘에서 다시 경쟁에 나서게 됐다. ‘시즌이 끝난’ 몸인 만큼 컨디션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빅리그는 하반기를 앞두고 한참 순위 경쟁 중이다. 양민혁은 “토트넘 측에서도 시즌 끝나고 합류하는 것이니 회복에 신경 쓰라더라. 내게 준 훈련 프로그램은 대체로 스트레칭, 회복 중심이었다”며 “스스로 휴식에 중점을 두고 마인드컨트롤하며 조금씩 운동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손흥민의 대체자로 거듭나야 하는 것뿐 아니라 단기적으로 브레넌 존슨(23·웨일스) 등과 포지션 경쟁해야 한다. 스스로 느끼는 강점을 묻자 “내가 좀 더 작고 날렵하다고 생각한다. 순간 스피드에 더 자신이 있다”고 당차게 말했다.

해외 무대의 성공 선결조건은 언어 습득. 특히 빅리그에서는 유독 중요하다. 토트넘 입단을 앞두고 국내에서 영어를 꾸준히 공부한 양민혁은 “영어가 확실히 쉽진 않다. 가서 하다 보면 빨리 늘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런던은 처음 가본다. 더 설렌다. 빨리 가보고 싶다”며 10대 소년답게 벅찬 마음도 보였다.

강원에서 등번호 47을 단 양민혁은 “토트넘엔 47번 선수(마이키 무어)가 있어서 안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들어가서 정할 것”이라고 했다. 목표를 묻자 “부상 없이 (EPL 남은) 반시즌을 치러야 한다. 경기에 출전하고 포인트를 올리는 게 또 다른 목표다. 숫자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양민혁의 합류를 반기듯 이날 새벽 열린 사우샘프턴과 EPL 16라운드(토트넘 5-0 승)에서 1골2도움 원맨쇼를 펼쳤다. 양민혁은 “잠을 못 자서 토트넘 경기를 보고 왔다. (손흥민을 활약을 보고) 워낙 잘하셔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형’이라고 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 가서 친해진 뒤 형이라고 부르고 싶다”며 “준비는 다 됐다. 많이 배우고 더 열심히 할 테니까 잘 챙겨주셨으면 한다”고 방싯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