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축구팀] “내일 개학이에요.”

대전하나시티즌의 2006년생 공격수 윤도영이 마침내 마수걸이 골을 터뜨렸다. 윤도영은 1일 홈에서 열린 광주FC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29라운드 경기에서 킥오프 50초 만에 선제골을 터뜨렸다. 마사가 광주 골키퍼 김경민의 볼을 빼앗은 후 윤도영에게 패스를 연결했고, 윤도영은 정확한 슛으로 마무리해 골망을 흔들었다. 이 골로 대전은 기선을 제압해 2-0 승리, 강등권 탈출에 성공했다. 윤도영은 적극적인 전방 압박으로 광주 수비수를 괴롭히며 수비적인 면에서도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스포츠서울이 29라운드 ‘플레이어 오브 더 라운드(Player Of The Round·POTR)’에 윤도영을 선정한 배경이다.

윤도영은 올해 준프로 계약을 통해 프로 데뷔한 고등학교 3학년 선수다. 대전 산하 유스 충남기계공고 소속으로 이미 K리그1에서 13경기를 소화했다. 뛰어난 볼 간수 능력에 날카로운 패스, 여기에 강력한 슛까지 보유한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22세 이하 의무 출전 규정과 관계없이 팀 전력에 확실히 보탬이 되는 자원으로 정착했다.

나름의 스트레스가 있었다. 앞서 12경기를 치르는 동안 한 골도 넣지 못한 실적에 윤도영은 마음고생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윤도영은 “터뜨리고 싶었던 짐이었다. 아무래도 팀이 어려웠기 때문에 내가 골을 많이 넣으면 팀이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골을 넣지 못해 짐이 됐다”라면서 “이제 골을 넣어 후련하고 감사하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의미가 더 큰 골이다. 최근 윤도영은 자신을 아끼던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는 아픔을 겪었다. 손목 테이핑에 ‘할아버지’를 쓰고 경기에 나선 윤도영은 “하늘을 보면서 할아버지를 생각하고 손목에 입을 맞췄다. 할아버지께서 주신 선물 같다”라며 추모의 메시지를 남겼다.

대전의 다른 선수들은 A매치 휴식기를 이용해 짧은 휴가를 보내지만 윤도영은 2일 바로 등교해야 한다. 그는 “하필 내일이 딱 개학이다”라며 웃은 후 “학교 가는 게 힘들기는 하다. 수업은 최대한 들으려고 하는데 쉽지 않다. 그래도 영어는 나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니까 열심히 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내가 돈을 버니까 친구, 후배들에게 밥도 자주 산다”라고 덧붙였다.

윤도영은 동갑내기 친구 양민혁(강원FC)을 보며 더 큰 꿈을 키운다. 양민혁은 올해 전반기 활약을 통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토트넘 홋스퍼로 이적했다. 양민혁은 “내 목표는 2026 월드컵 출전”이라면서 “민혁이가 유럽에 가 동기부여가 생겼다. 대전에서 더 열심히, 좋은 모습을 보인 후에 인정받고 해외에 나가고 싶다. A대표가 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라는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