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수원=정다워 기자] 한국배구연맹(KOVO)은 ‘글로벌’을 외친다.
연맹은 한국 배구의 국제화를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도자 육성 프로젝트, 비디오판독 규정 개정, AI비디오판독 시스템 개발 등과 함께 처음 시도한 게 이탈리아 명문 베로 발리 몬차 초청이다. 몬차는 지난시즌 이탈리아에서 리그, 컵 대회, 유럽배구연맹(CEV) 챌린지컵에서 모두 준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현재 유럽에서 잘나가는 팀이다.
몬차는 7일 대한항공, 8일 팀 코보 올스타와 격돌했다. 몬차에는 새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 치르는 일종의 평가전이 됐다. 100% 전력을 갖추지 못한 몬차였지만, 유럽 팀을 상대로 대한항공은 세트스코어 3-1, 팀 코보는 3-0 승리했다.
유럽 명문 구단을 초청해 V리그가 직접 맞대결한 이벤트는 이번이 처음이다. 축구의 경우 최근 몇 년간 쿠팡플레이가 토트넘 홋스퍼, 바이에른 뮌헨, 맨체스터 시티 등을 초청해 경기한 적이 있지만, 배구는 그 정도로 국내 인기가 뒷받침되지는 않는다. 수준 높은 배구를 대중에 소개했다는 것만으로도 연맹의 이번 시도는 의미가 크다.
한국의 젊은 선수들이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직접 부딪혔다는 것도 수확이다. 한국남자배구는 최근 몇 년 사이 국제 대회에서 성과를 내지 못해 침체했다. 아시아에서도 중심에서 밀려나는 형국이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마침 한국은 2025년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티켓을 획득했다. 1년 후면 이 대회에 출전해 도전해야 한다. 몬차전을 통해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이탈리아와 미국, 프랑스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선수들과 싸웠다는 점에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금상첨화 승리한 만큼 자신감마저 얻었다.
베테랑 신영석은 “세계선수권에 턱걸이로 올라가게 됐다. 참여할 수 있어 다행이다. 국제 대회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 걱정이 많았다. 어린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면 좋겠다. 이런 교류전도 중요하다. 이 분위기로 남자배구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몬차의 마시모 에켈리 감독은 “한국 배구를 잘 몰랐는데 두 경기를 통해 훌륭한 팀이라는 것을 알았다. 특히 오늘 경기한 팀은 굉장히 강했다. 서브도 전략적이었고 블로킹도 완벽했다”라고 한국배구를 인정했다. 립서비스일 수도 있지만, 두 경기만 보면 분명 V리그도 경쟁력이 있었다.
어쩌면 한국남자배구의 희망이 될 이우진이 한국에서 몬차 데뷔전을 치른 것도 큰 이벤트다. 2005년생으로 아직 10대인 이우진은 올해 초 몬차와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2024~2025시즌부터는 본격적으로 이탈리아 무대에 도전장을 내민다. 이우진은 대한항공, 팀 코보와의 경기에서 출전해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우진이 잘 성장하면 김연경처럼 한국배구의 기둥, 아이콘이 될 수 있다. 에켈리 감독은 “잠재력이 확실한 선수”라며 이우진에게 기대감을 드러냈다.
배구계에서는 이제 모두가 아는 스타가 됐지만, 아직 이우진은 대중에 친숙한 선수는 아니다. 이번 교류전은 이우진을 국내에도 알리는 효과를 줬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