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두 경기 모두 중원의 에너지가 떨어졌다. 공격은 물론이고 수비적인 면에서도 미드필드의 역할이 아쉬웠다.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은 팔레스타인, 오만과의 두 경기에서 포백 앞에 서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정우영과 박용우를 선택했다. 팔레스타인전에서는 정우영이, 오만전에서는 박용우가 선발 출전했다. 오만전 막판에는 박용우가 빠지고 정우영이 들어갔다.

두 선수 모두 아쉬움이 남았다. 팔레스타인전에 나선 정우영의 패스성공률은 85.4%로 낮은 편이었다. 포백 앞에서 주로 안정적인 패스를 시도하는 포지션인 것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실제로 몇 차례 패스 미스로 인해 공격의 맥이 끊기거나 역습을 허용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렇다고 수비적인 면에서 빛난 것도 아니다. 팔레스타인의 날카로운 역습에 수비가 흔들리는 모습도 몇 차례 연출됐다.

박용우도 다르지 않았다. 패스성공률은 89.6%로 나쁘지 않았지만 도전적인 패스는 거의 없었다. 패스 템포도 빠른 편이 아니라 공격 전개 속도가 전체적으로 느려지는 패턴을 반복했다. 정우영과 마찬가지로 수비에서의 커팅이나 태클, 포백을 보호하는 플레이도 보기 어려웠다. 후반에 들어온 정우영의 위치 선정도 마찬가지로 아쉬움이 남았다.

결과적으로 팔레스타인, 오만전에서 고전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수비형 미드필더의 역할이었다. 공수에 걸쳐 중심을 잡아야 하는 위치인데 미흡함이 드러났다. 홍 감독의 보수적인 선택에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카드는 있었다. 바로 정호연이다. 정호연은 광주FC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박스 투 박스 형태의 중앙 미드필더, 심지어 공격형 미드필더까지 소화하는 선수다. 왕성한 활동량에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고 있다. 광주는 짧은 패스를 통해 경기를 풀어가는 팀인데 정호연은 중앙에서 볼을 소유하고, 배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패스 능력이 좋은 황인범과는 시너지 효과를 낼 만하다. 현재 K리그1에서도 정상급 미드필더로 평가받는다. 기동력까지 갖춰 정우영, 박용우와 비교해 템포 빠른 축구를 이끌 수 있고, 중원에 에너지를 더 불어넣을 수도 있다. 두 선수와 비교해 피지컬에 부족함이 있지만 현대 축구가 요구하는 여러 요소에서 장점이 있다.

홍 감독은 정호연에게 출전 기회를 주지 않았다. 부상이 아니라면 두 경기에서 출전 시간을 아예 부여하지 않은 점에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다.

세대교체 측면에서도 정호연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정호연은 2000년생으로 이제 막 전성기에 진입하는 선수다. 기회를 주면 빠르게 성장해 대표팀에 꼭 필요한 선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정우영은 35세, 박용우는 31세다. 성장 가능성보다는 기량 유지가 중요한 선수들이다. 2년 후면 실력이 어떻게 될지 알 수도 없다.

홍 감독은 과거 대표팀을 이끌던 시절에도 보수적으로 선수를 기용했다. 당시에는 시간이 부족했지만, 이번엔 다르다. 2년의 시간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진보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