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너무 큰 성공이 여러 생각을 하게 했어요.”
‘베테랑2’가 16일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름값을 제대로 하고 있다. 전작인 ‘베테랑1’(2015)은 1341만 명 관객을 동원했다. 국내 영화 역대 8위 기록이다. 후속작이 9년이나 걸린 건 전작의 그림자가 컸기 때문이다. ‘군함도’(2017) ‘모가디슈’(2021) ‘밀수’(2023)까지 만들면서도 마음 한쪽엔 ‘베테랑’이 자리했다.
류 감독은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다른 영화를 만드는 동안 정의 구현 소재의 영화와 드라마가 대중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며 “다른 걸 시도해 봐야겠다 생각했다”고 밝혔다.
“제가 분노하는 몇 가지 사안이 결합해서 만들어진 게 ‘베테랑1’이었어요. 시간이 흘러서 저를 분노하게 한 사건이 바뀌는 걸 봤죠. 가해자를 비난하고 살의를 느꼈는데, 시간이 흐르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사실을 봤어요. 사실과 진실이 다르다는 걸 목격하고 비난의 강도가 같은 상태로 뒤바뀐 게 아니라 오히려 사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 저를 보호하고 있더라고요.”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하고 생각했던 게 착각이었다. 류 감독은 “거리를 두고 다시 보니, 발생한 사건과 인물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 순간 섬찟해지더라”며 “제 분노가 정당하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잘못된 것일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게 ‘베테랑2’의 출발”이라고 말했다.
류 감독은 아우슈비츠 담장 옆 천국 같은 집을 그린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2023)를 떠올렸다. 유대인 대량 학살을 이끈 루돌프 회스에 감정 이입했다. 우아한 찻잔에 예쁜 정원에서 가장 빨리 가장 많은 시신을 태울 수 있는 기계 고안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박선우(정해인 분)는 회스와 유사한 인물이다.
섬뜩한 장면을 보며 류 감독은 “정의를 구현한다는 게 뭘 얘길 하는 것인가, 믿어버리는 게 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제 안에 파고들었다”며 “신념과 정의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게 중요했다”고 언급했다.
“‘모가디슈’엔 살아가다 보면 진실이 두 개인 경우가 있다는 대사가 있어요. 제가 시간이 지나면서 진실이란 무엇인가, 답이 또렷한 게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각자 정의에서 사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질문을 던져봐야겠다고 생각했죠. 질문의 실체를 추적하다 보니 시간이 더 걸렸어요.”
관객 반응이 엇갈린다. 류 감독은 “‘베테랑1’처럼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다. 묵직하게 질문을 던지는 톤의 영화가 되길 바랐다”며 “이것이 대중적으로 볼 때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단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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