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대부분의 가해자는 아무런 뜻이 없었다며 눈 하나 깜빡 않는 뻔뻔함을 보인다. 하지만 피해자의 상황은 다르다. 상처의 깊이가 심할 경우 스스로 생명줄을 끊기도 한다.
최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사망 사건이 늘고 있다. 상사의 폭언·폭행, 왕따, 성희롱 등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건 수가 일 년 새 30% 증가했다. 국가직·지방직 공무원 사이에서만 발생한 수치다.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징계받은 국가·지방 공무원은 지난해 총 144명이다. 2022년(111명)과 비교해 29.7% 늘었다.
중앙부처 소속 국가공무원은 58명에서 85명으로 많아졌다.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소속의 지방 공무원은 53명에서 59명까지 증가했다.
대한민국 교육이 ‘이 모양, 이 꼴’이라는 말이 가정만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가 중앙부처 중 관련 징계를 가장 많이 받은 것. 2022년 징계 공무원이 없었지만, 2023년 28명으로 급증했다.
이어 해양경찰청(26명), 경찰청(24명), 법무부(18명), 소방청(9명) 등의 순이었다. 정의와 질서가 무너진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다.
반면 고용노동부, 국방부,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등의 징계자는 각각 한 명으로 가장 적었다.
지자체의 경우 경기도가 30명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13명), 전북(9명), 광주(8명), 대전(7명), 강원도(6명) 등으로 나타났다.
제주는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관련 징계자가 없었다.
징계 수위가 약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앙 공무원과 지방 공무원의 징계유형별 조사 결과, 경위서 제출로 그치는 견책이 각각 46명과 37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 밖에도 감봉(44명·31명), 정직(38명·33명), 강등(10명·6명) 등의 징계가 이뤄졌다. 해임 공무원은 각각 5명이었다. 파면은 없었다.
현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에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또는 피해 공무원 보호 등을 위한 구체적인 조항이 없다.
각종 직장인 커뮤니티에는 피해자가 가해자보다 못한 처우를 받고 있다는 하소연이 지속 고발되고 있다. 하지만 가해자의 ‘일진 놀이’에 놀아나는 제2의 가해자들의 합세로 괴롭힘의 강도는 혼자 감당하기 힘든 정도라고 한다. 심한 경우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기까지 몰아세운다.
이번 22대 국회에서는 지난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조치 등 관련법 개정안을 다시 발의했다. 하지만 피해자 사망 사고 등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는 데도 여전히 계류 중이다.
양 의원은 “공직사회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사회적인 문제의식이 높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관련 피해는 증가하는 등 조직문화 변화가 더디다”며 “공무원들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겪는 일을 방지하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gioia@sportsseoul.com